현대자동차의 '아우'로 불리던 기아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K5와 쏘렌토 등 주력 차종을 앞세워 올 상반기 '형님'을 제치고 내수 판매 1위로 올라섰다. 다만 하반기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 갈등마저 심화하며 파업 리스크에 휩싸였다.
26일 카이즈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아는 총 24만6341대를 판매해 23만378대에 머문 현대차를 제치고 내수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고급차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네시스와 버스·트럭 등 상용차를 제외한 실적으로, 승용 및 RV 판매만으로 현대차 판매를 웃돈 것은 2018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이다.
기아는 대부분의 부품과 플랫폼을 현대차와 공유하지만 그동안 브랜드 파워에 밀려 '만년 2등'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주요 볼륨 차급에서 '디자인'이 호평을 받으며 현대차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먼저 소형 SUV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기아 셀토스(2만1952대)가 현대차 코나(7697대)를 압도했다.
중형 SUV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쏘렌토는 3만9974대가 팔려 싼타페(2만1723대)를 가볍게 따돌렸다.
중형 세단 시장 역시 같은 기간 기아의 K5가 3만6345대 팔린 것에 비해 현대차의 쏘나타는 3만2357대를 판매했다.
더욱이 기아는 미니밴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니발이 4만6294대 팔리는 사이 현대차는 스타렉스와 스타리아를 합쳐 1만5000대도 못 팔았다.
준중형 SUV에서는 아직 현대차의 투싼이 앞서 있지만, 기아의 신형 스포티지가 출시됨에 따라 이 역시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하반기다. 이달 시작과 동시에 각종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먼저 노조 파업에 직면했다. 현대차와 달리 노사가 각종 쟁점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금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정년연장, 노동시간 단축(주 35시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20일 교섭까지 별도의 제시안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노조는 같은 날 교섭 결렬을 선언했고, 오는 28일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찬반 투표가 가결될 시 기아 노조는 파업에 들어간다.
여기에 코로나19 복병도 만났다. 이날 현재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기아차 광명 소하리공장) 1공장은 생산이 멈춘 상태다. 공장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광명시와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3일 동안 누적 확진자는 23명에 달한다. 더욱이 확진자들의 근무 부서는 조립을 비롯해 생산관리, 보전, 자재 등 광범위한 상황이다.
기아는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후 추가 휴무 등 후속대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무섭게 질주했지만, 하반기에는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며 "당장 코로나19 여파로 공장이 멈춘 상태에서 노조 파업까지 겹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