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신동' 신유빈(17)은 지난 25일 여자 단식 2회전에서 1963년생 노장 니시아리안(룩셈부르크)을 상대했다. 두 선수의 나이 차이는 무려 41살.
신유빈은 니시아리안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4-3(2-11, 19-17, 5-11, 11-7, 11-8, 8-1,1 11-5)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5개 대회 연속 출전하는 백전노장을 상대로 뒤지지 않는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1세트를 9점 차로 내준 뒤에도 무너지지 않고 반격을 모색했다. 경기 중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패했지만 니시아리안의 관록은 빛났다. 신유빈의 승리가 더 주목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노익장(老益壯)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가 많다. 이번 대회 두 번째 고령 선수인 호주 마장마술 대표 메리 해나(67)는 70대에 출전하는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올림픽만 여섯 차례 나선 선수다.
그는 "승마는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멋진 스포츠"라며 "몸 상태가 허락한다면 계속하고 싶다. 승마는 내 삶이자 전부"라고 했다. 당장 내년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의지를 드러낸 그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에 대해서도 "당연히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했다.
종목마다 전성기와 쇠퇴기가 다르다. 베테랑이나 노장이라는 표현도 규정지어 쓰기 어렵다. 분명한 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스포츠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증명하고 있다는 것.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는 이들도 있다. 한국 태권도 간판 이대훈은 지난 25일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이제 선수 생활을 끝내겠다"라고 했다. 펜싱 여자 플뢰레 대표 전희숙도 도쿄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다.
1969년생 사격 선수 니노 살루크바제(조지아), 1975년생 기계체조 옥사나 추소비티나(우즈베기스칸) 등 올림픽 무대를 빛낸 다른 국가 선수들도 한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현역 최고의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24·미국)도 도쿄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삼았다. 20대 중반, 젊은 나이지만 바일스의 선택은 그랬다. 스포츠팬은 그들의 뒷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어떤 선택도 값지다. 존중받을만하다. 메달 획득, 그 메달의 색깔만 중요한 게 아니다. 한 운동선수가 나아가거나 멈춰서는 선택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도 스포츠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