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일간 삼성전자 주가 변화.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 반도체 수급 완화에 기대를 거는 주주들이 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38% 오른 7만9700원에 장을 마쳤다. 3일 연속 7만9000원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1일 9만1000원까지 찍으며 '10만 전자' 도약의 시동을 거는 듯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4월부터 8만원 초반대에 머무르다 이달 들어 7만원 후반대에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증권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전일보다 0.49%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2021년 2분기 영업이익은 1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37% 증가했다. 매출은 63조원으로 18.94%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전망치인 매출 61조원 초반대, 영업이익 10조원 후반대를 크게 상회했다.
앞서 1분기 실적 발표날에도 증권가가 제시한 수치보다 5%가량 높은 매출을 공개했지만, 주가는 0.47% 감소했다.
이처럼 실적과 주가가 대비되는 이유는 이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비대면 수요 증가로 공급이 불안정해진 반도체 시장의 병목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피크 아웃(고점 도달) 우려를 부인할 수 없다"며 "공급사의 가동률이 높아 수요가 레벨업되더라도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정도로 출하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후 주가 하락에 대해 "서버 업종의 센티먼트(투자 심리) 훼손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례를 들었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MS와 계약을 맺은 100억 달러(약 11조4600억원) 규모의 제다이(합동 방어 인프라 사업)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단일 기업만 참여하는 사업 방식에 경쟁사 아마존이 장기 소송전에 나섰고, 다수가 참여하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변경된 것이다. 결국 여러 클라우드 기업이 사업 기회를 나눠 갖게 됐지만, 센티먼트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김 연구원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빅뉴스가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려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 팹리스(설계) 고객사의 추가 확보나 M&A(인수·합병) 추진과 같은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올 하반기 반도체·모바일·디스플레이 업황 개선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D램, 낸드플래시 모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서버 물량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성수기로 수익성이 나아지고,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모바일 ASP(평균 판매 단가)도 개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3분기에도 영업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11만원으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