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선발 이대은이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10.13/ 우리 나이로 33살. 이제 무대도 보직도 안착할 시점이다. 이대은(32·KT) 얘기다.
이대은은 지난 9일 광주-기아 챔프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소속팀 KT가 2-9로 지고 있던 6회 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그는 지난해 12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그동안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지난달 8일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복귀 시동을 걸었고, 지난해 10월 18일 인천 SSG전 이후 264일 만에 1군 무대를 밟았다.
첫 타자로 상대한 김선빈, 후속 김태진에게는 모두 포심 패스트볼만 구사했다. 연속으로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4번 타자 최형우와의 승부에서는 좌전 안타를 맞았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을 2구 연속 구사해 헛스윙 1개를 끌어냈지만, 풀카운트에서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 다소 높았다. 후속 류지혁과도 풀카운트 승부. 포크볼을 결정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단 한 경기로 이대은의 투구를 평가하긴 어렵다. 하지만 시속 150㎞ 육박한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 주무기 포크볼의 낙폭과 구속은 나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이대은의 복귀 조건을 묻는 말에 항상 "구위와 포크볼의 움직임, 둘 중 한 가지라도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여기에 가운데로 몰리지 않는 제구가 동반돼야 주요 보직에 활용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일단 이대은은 복귀전에서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0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13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4회초 무사 2,3루에서 이대은이 강판되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10.13/ KT는 75경기에서 45승30패를 기록, 2위 LG에 2게임 차 앞선 리그 1위를 지키고 있다. 선발진 5명이 모두 10승 이상 바라볼 수 있는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고, 신·구 조화가 두드러지는 야수진도 힘이 있다. 그러나 선발진과 필승조 사이를 잇는 허리진은 유일한 약점. 이런 상황에서 가세한 이대은은 그야말로 단비다. 최근 불펜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박시영과 함께 KT의 6·7회 수비를 막아줄 자원으로 기대된다.
이대은 개인적으로도 반등이 절실하다. 이대은의 야구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고교(신일고) 3학년이었던 2007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트리플A를 밟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은 포기했다. 그해 겨울 일본 리그 지바 롯데와 계약했다. 일본 무대에서 2시즌 동안 뛰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2015년 11월 열린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이후 경찰야구단에서 복무를 소화한 뒤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2019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KT의 지명을 받았다.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직전, 이대은의 해외 무대 재도전설이 불거졌다. 야구팬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KBO리그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다. 데뷔 시즌부터 선발 투수를 맡았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자리를 내줬다. 시즌 중반 이후 마무리 투수로 변신하며 KT의 창단 최고 승률(0.500) 마크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시즌은 초반부터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갔다. 무려 석 달 만에 1군에 복귀했지만, 쓰임새가 크지 않았다. 시즌 종료 뒤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남다른 스타성으로 기대받던 이대은은 이후 KT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잘할 때는 트레이드마크였던 장발을 두고도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지명 순위, 이력,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팀에 기여하고 있는 선수인가'라는 물음에 긍정할 수 있는 선수가 인정받는다. 마침 KT는 창단 최고 성적(정규시즌 1위)을 노리고 있는 상황. 가장 필요한 불펜 가세 전력이 된 이대은도 딱 좋은 재기 무대를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