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은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제74회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아니 제가 왜 오프닝 선언을"부터 "영화는 단 한번도 멈춘 적 없다"까지 봉 감독다운 어록을 여럿 남겼다.
개막식 레드카펫에 선 그는 "(2년 전에는) 너무 기쁘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금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면서 "상 받으면서도 매일 시나리오를 썼다. 일이니까. 어제도 시나리오를 쓰다가 (여기)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보는 것도 워낙 일상이다. 스트리밍, 블루레이로도 많이 봤지만, 오늘 레오 카락스 감독의 신작을 세계 최초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개막식도 흥분되지만 개막작도 흥분된다"고 이야기했다.
개막식 오프닝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님이 연락을 주셔서 오게 됐다"며 특유의 친근한 입담을 이어갔다. "'오프닝 선언을 해 달라'는 말에 '아니 왜 제가'"라며 농담을 던진 그는 "작년에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가 열리지 못했다.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에 한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연결해달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이 팬데믹으로 (영화제가) 끊어지기 바로 직전 마지막 영화였기 때문에 제가 이런 임무를 맡게 된 것 같다"면서 "여러분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까 영화제가 끊어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었을지라도, 영화는, 시네마는 한번도 멈춘적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가 달린 이후로 영화는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위대한 영화인 분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영어로 "난 지금 매우 행복하다"며 환히 웃었다.
봉 감독은 7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행사의 주인공으로 참석, 관객과 만난다. 앞서 칸 영화제는 이 행사의 주인공으로 배우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등 다섯 명의 명단만 공개하고 마지막 한 명에 대해서는 함구해 왔다. 개막식 당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봉준호가 칸에 돌아온다'고 발표하며 봉 감독을 "아시아 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칸영화제의 위대한 친구"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