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을 앞둔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20·발렌시아)의 목표는 이번에도 원대했다. 그는 2년 전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고 우승이라는 목표를 당차게 밝혔다. 그리고 목표에 한뼘 모자란 준우승을 거뒀다.
이강인은 6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앞두고 “저뿐 아니라 올림픽이란 큰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강인은 다음 올림픽인 2024년 파리 대회에도 만 23세가 되지 않아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도쿄만 생각하고 있다.
이강인은 U-20 월드컵 당시 대표팀 막내였다. 그런데도 형들을 잘 이끌어 ‘막내형’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2001년생인 이강인은 네 살을 ‘월반’해 올림픽팀에 뽑혔다. 아홉 살 많은 황의조(29·보르도) 등 형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장난을 친다.
이강인은 열 살이던 2011년 스페인 축구 유학을 떠났다. 한국인이 많지 않은 발렌시아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한국에서 형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워한다. ‘막내형’ 별명에 대해 그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형들을 좋아한다. 같이 운동하고 밥 먹을 수 있는 게 행복하고 재미있다. 어쩌면 형들이 절 귀찮아할 수도 있다”며 웃었다.
‘막내형’답게 이강인은 의젓한 답변을 이어갔다. ‘토너먼트에서 일본 또는 스페인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하자 “따로 붙고 싶은 팀은 없다. 조별리그 3경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왼발잡이 3인방(이강인, 권창훈, 이동경)에 기대되는 세트피스에 대해 “어디, 어떤 상황에서 뛰든 제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을 다른 팀 이적을 위한 쇼케이스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이적은 상관없다. 올림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차출 과정에서 발렌시아에 어떻게 어필했느냐’는 질문에는 “소속팀이 군 면제(올림픽 동메달 이상 획득하면 병역 특례)를 알고 있어 편하게 해준 것 같다. 구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술술 대답을 이어가던 이강인의 인터뷰가 약 30초 동안 멈췄다. 할머니와 고(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이강인은 지난달 6일 할머니, 7일에는 유상철 감독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2007년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했던 이강인의 첫 스승이 유상철 감독이었다.
이강인은 “음. 음. 제가 답하기 곤란한데요”라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더니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지금은 괜찮고. 올림픽이란 대회가 있기 때문에 따로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전 항상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할 거다. 그러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28일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와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이곳은 유상철이 1999~2000, 2003~2004년에 뛰었던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홈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