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군림하고 있는 김승규. 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울루 벤투호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마무리했다. 한국 대표팀은 5승1무, 승점 16을 기록하며 H조 1위로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이번 한국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레바논 3연전은 벤투 감독의 새로운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무대였다. 베스트 11 변화에 보수적이었던 벤투 감독이 스리랑카전에 대거 변화를 줬다. 11명 중 10명을 바꿨다. 또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들에게 기회 주는 걸 주저했던 벤투 감독이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정상빈(수원 삼성) 등에게 시간을 내줬다. 고집을 버린 벤투 감독의 변화에 긍정적 평가가 따르고 있다.
하지만 골키퍼 포지션만큼은 요지부동이다. 벤투 감독에게 'NO.1' 골키퍼는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라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됐다.
벤투 감독은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와 친선전에서 한국 사령탑으로서 데뷔전을 가졌다. 당시 선발 골키퍼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던 조현우(울산 현대)가 아닌 김승규를 선택했다. 이후 김승규는 벤투호 부동의 주전으로 군림했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8강까지 모두 선발로 나섰다. 당시 조현우에게 기회를 너무 주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2차 예선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 3차전 북한, 4차전 레바논, 5차전 투르크메니스탄, 최종전 레바논까지 골문을 지켰다. 2차 예선에서 김승규가 빠진 경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4위 '최약체' 스리랑카전이었다. 스리랑카와 두 번의 대결에서는 조현우가 출전했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김승규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적용된 셈이다. 벤투호 출범 후 김승규는 총 18경기에 출전했다. 조현우(9경기)와 두 배 차이가 난다.
이런 구도를 더욱 공고히 만든 건 지난 3월 한일전이었다. 한국은 0-3 참패를 당했다. 선발 출전 기회를 받은 조현우는 두 골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 16분 미키 야마네(쇼난 벨마레), 전반 27분 카마다 다이치(프랑크푸르트)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당시 벤투 감독은 이례적으로 후반 시작과 함께 골키퍼 교체를 단행했다. 김승규가 나섰다. 후반 38분 엔도 와타루(슈투트가르트)에게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후반전 내내 일본의 공격을 막아냈다. 슈퍼 세이브의 연속이었다. 일본이 후반 12개의 슈팅을 때렸는데 1실점으로 선방했다. 한일전 참패 속에서도 김승규는 MVP급 활약을 펼쳤다. '김승규가 없었다면 0-5 참패를 당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벤투 감독의 신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승규는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5경기 1실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벤투호에서 골키퍼 주전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