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G 상용화 2년을 맞았지만 비싼 요금제와 품질 문제로 소비자 불만이 높다. 지난 4월 시민단체들이 '5G 상용화 2년, 불통 보상 및 서비스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가계 통신비 절감을 내세웠지만, 국민 체감도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잇따라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모바일 콘텐트 소비 트렌드에 맞춘 상품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 미디어 시대 맞지 않는 중저가 요금제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5G 상용화 2년 만에 중저가 요금제를 추가하며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했지만, 가격에 따른 혜택의 차이가 눈에 띌 정도로 심하다.
지난 4월 SK텔레콤이 선보인 '5GX 레귤러'와 '5GX 레귤러플러스'는 각각 월 6만9000원, 월 7만9000원으로 110GB, 250GB의 기본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런데 월 5만5000원인 '슬림'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가 10GB로 뚝 떨어진다.
KT와 LG유플러스도 기본 제공 데이터를 6만원이 넘는 요금제에 100GB 이상으로 책정했지만, 중저가인 5만원대 이하부터는 10GB 수준으로 낮게 잡았다.
3사 모두 기본 제공 데이터를 소진해도 일정한 속도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1Mbps로 속도 제한이 걸리면 화질을 낮춰야 하는 등 영상 시청에 어려움이 생긴다. 인터넷 검색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만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텔레콤의 5G 요금제 라인업. 이처럼 이통 3사의 중저가 요금제는 빠르게 확산 중인 1인 미디어 생태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올해 발간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등 동영상을 재생하는 비율은 2019년 33.0%에서 2020년 47.9%로 큰 폭 증가했다.
넷플릭스·웨이브와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도 2019년 52.0%에서 작년 66.3%로 크게 올랐다. 스마트폰이 통화나 문자 송수신이 아닌 콘텐트 소비를 위한 주 매체로 떠오른 것이다.
이통 3사는 고가의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해 음악과 OTT, 키즈 콘텐트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월 10만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 때문에 성과는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KISDI가 지난해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대다수(68.2%)가 기본 데이터를 지급하는 요금제에 가입했다. 데이터 완전 무제한 상품 가입자는 2019년 대비 2.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속도 제한이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는 월 소득 500만원 이상에서 55.6%의 높은 가입률을 기록했다. 급여 수준이 낮아질수록 중저가 요금제를 더 선호했다.
데이터 충전, 영화 1편에 피자 1판 값
학생·고령층 등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한 사람들은 소량의 데이터를 다 써도 이를 채울 수 있는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데이터를 충전하려고 해도 가격이 높아 결제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SK텔레콤의 LTE 데이터 쿠폰은 1GB와 5GB가 각각 1만5000원, 3만3000원이다.
10분 길이의 HD 화질 동영상(100MB)을 보기 위해 데이터를 충전하려면 2000원을 내야 한다. 풀HD 화질 영화 1편(4~5GB)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패밀리 사이즈 피자 1판 값을 지불해야 한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쿠폰 가격도 SK텔레콤과 동일하다. 결제 가능 구간은 더 세분화했다. 50MB부터 5GB까지 7개의 쿠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1년의 유효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본지에 "무제한 데이터를 보장하는 고가의 요금제 등과 서비스 차별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쓴 만큼 내는 데이터 종량제 요금 기준으로 가격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KT는 변화한 단위당 데이터 가치를 고려해 5G와 LTE 데이터 쿠폰의 가격을 달리했다. 5G는 100MB와 5GB가 각각 1000원, 1만5000원, LTE는 100MB와 2GB가 각각 1980원, 1만9800원이다.
KT 관계자는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가 LTE는 8만9000원, 5G는 8만원부터 시작한다. 단위당 데이터 가격이 5G가 더 저렴해졌다"며 "5G는 특성상 데이터 소진 속도가 빠르다.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5G 쿠폰의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한 소비자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보편요금제 출시 압박에 이통 3사가 3만~5만원대 상품을 내놨지만, 보여주기식일 뿐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면 등가성을 고려해 요금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지금의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장시간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소수의 헤비 유저에게만 이득이다"며 "나머지 가입자들은 내는 요금만큼의 데이터를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