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중심타선에 대한 기대가 컸다.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거포 오재일(35)을 영입했다. 4년 최대 총액 5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합계 22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을 투자한 결단이었다. 지난해 팀 내 홈런 1위(20개)에 오른 김동엽(31)과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책임질 '지원군'이었다. 팬들은 오재일과 김동엽의 영문 이름을 따 'OK포'라고 불렀다. 최소 40~50홈런을 합작할 수 있는 두 선수가 보여줄 시너지효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좀처럼 '조합'이 되지 않았다. 오재일과 김동엽 모두 부상을 이유로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동엽이 4월 10일 먼저 1군에 등록됐지만, 타격감이 들쭉날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잔부상까지 겹쳐 5월 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반면 오재일은 4월 27일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다. 김동엽의 2군행으로 두 선수가 함께 뛸 기회가 많지 않았다. 더욱이 둘 다 타격 사이클이 내려간 상태여서 화력에 불이 붙지 않았다.
'OK포'가 다시 뭉친 건 지난달 22일. 5월 내내 2군에 내려가 있던 김동엽이 1군에 콜업된 직후였다. 그리고 2일 인천 SSG전에서 두 선수가 5안타 5타점 3득점을 합작하며 팀 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3번 1루수로 출전한 오재일이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2득점, 4번 지명타자로 나온 김동엽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오재일은 1-5로 뒤진 3회 2점 홈런을 때려냈고 3-5로 추격한 4회 2사 1루에선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그리고 뒤이어 2사 2루에서 김동엽이 5-5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책임졌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OK포'가 있었다.
삼성은 최근 페이스가 약간 떨어졌다. 주축 자원인 중견수 박해민과 포수 강민호가 부상을 이유로 휴식하는 경기가 늘었다. 주전 유격수 이학주는 어지럼증을 이유로 2군에 내려간 상태다. 타선의 짜임새가 헐거워진 순간. 가공할만한 화력을 지닌 'OK포'가 작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