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박재이 기수부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경마공원에서 남다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커플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용철과 김동철의 스승과 제자 관계 이상의 특별한 인연은 21년 전 5월에 처음으로 시작됐다. 2000년 당시 기수로 활약했던 김동철 조교사는 성적이 두드러지지 않아 기승도 많이 못 하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힘들고 괴롭던 시절 그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줬던 사람이 바로 지용철 조교사였다.
김동철 기수의 경주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지용철 조교사는 그를 신뢰했다. 좋은 말을 탈 기회는 계속 주어졌다. 김동철 기수는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성적이 나오질 않아 불안감도 그만큼 컸다. 이제는 더는 타기 힘들겠구나 하던 시점에 지용철 조교사가 김동철 기수를 호출했다. 마음의 정리를 하고 간 자리에서 돌아온 대답은 실력이 쌓일 때까지 우리 마방에서 열심히 해보라는 제안이었다.
지용철 조교사는 “성실한 게 제일 눈에 띄었다. 성실성은 시간이 흘러가면 주변에서 다 보는 눈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나타나게끔 돼있다”고 김동철 기수를 평가했다. 김동철 기수는 “인품이나 사람을 대할 때 조교사님처럼 되어야겠다는 목표의식을 가졌다. 조교사로 데뷔를 하고난 지금까지도 항상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동철 조교사에게 지 조교사는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 그 이상이다. 김 조교수는 “내년에는 은퇴를 앞두고 계시는데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1년 8개월의 기다림 끝에 ‘슈퍼땅콩’ 김혜선 기수가 드디어 복귀했다. 2019년 동료 기수 박재이 기수와의 결혼에 이은 출산이라는 겹경사의 기쁨을 가득 안고 경주로로 돌아왔다. 그는 “남편과 함께하며 힘들 수 있는 일에 재미를 찾으니까 일 자체가 더 재미있어졌다. 같은 직업이니까 서로 이해하고 운동도 같이하며 선의의 경쟁이라는 시너지도 생긴다”고 웃었다.
부부의 요즘 관심은 둘 중 누가 먼저 승수를 채우는지에 쏠렸다. 김혜선 기수의 300승(현재 286승)과 박재이 기수의 100승(현재 86승)으로 둘은 목표 승수에 똑같이 14승을 남겨두고 있다. 이혁 기수와 아버지 이희영 조교사. 대를 이은 경마 부자의 애틋한 마음도 주목받고 있다. 이희영 조교수와 그의 아들 이혁 기수는 2014년 10월 11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과천시장배를 우승했다.
이희영 조교사는 “순발력도 좋고 스타트나 이런 것도 남다른 게 있어요”라고 아들을 칭찬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기수를 잘 시켰다고 생각한다. 체중 조절 등을 잘하고 본인도 만족한다. 지금도 말 타다가 다치거나 부상을 입으면 마음이 속상하다. 그래도 감내하고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은 이혁 기수는 아버지가 없었다면 기수를 꿈꾸지도 못했다. ‘선한 영향력’을 전해준 아버지 덕분에 기수 생활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는 “경마 부정 조심해라, 사람 만나는 거 조심해라 등 이런 부분에 대해 항상 강조하신다. 아버지가 경주 때마다 기도를 하신다고 한다. 이제 제 걱정은 마시고 아버지 먼저 건강도 챙기시고 운동도 꾸준히 하셨으면 좋겠다”고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