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의 4할 질주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진=KT 제공 '40살' KBO리그 역사에 4할 타자는 딱 한 명뿐이다. 출범 원년(1982년)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뛰었던 백인천(전 롯데 감독).
71경기에 출전, 타율 0.412(250타수 103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4할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역대 통산 타율 1위(0.331) 故 장효조(전 삼성 2군 감독)가 1987년 0.387를 기록했고, '바람의 아들' 이종범(현 LG 코치)이 데뷔 2년 차였던 1994시즌에 타율 0.393를 기록했다. 2010년대 이후 한 시즌 최고 타율은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인 에릭 테임즈가 2015시즌에 기록한 0.381다. 2014시즌, 한 시즌 최다 안타(201개) 신기록을 세운 서건창(키움)도 시즌 타율은 0.370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41년 테드 윌리엄스(0.406) 이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백인천 전 감독의 기록도 경기 수(71경기)가 적었다는 이유로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4할 타율은 넘지 못할 기록으로 여겨진다. 결과보다는 도전 과정이 더 주목받는다.
2021시즌도 개막 두 달째 4할 타율을 이어가고 있는 타자가 있다. KT 간판 강백호(22)다. 4월 출전한 23경기에서 0.407를 기록했고, 5월 15경기에서 0.429를 기록했다. 21일 현재 시즌 타율은 0.415이다. 5월 9일 NC전에서 0.395로 떨어졌다가, 11·12일 삼성전에서 안타 5개를 추가하며 다시 4할 타율을 회복했다. 13일 삼성전에서 무안타에 그치며 다시 4할 아래로 떨어졌다가, 이후 5경기에서 안타 11개를 쳤다.
강백호는 2018시즌 신인왕이다.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29개)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는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데뷔 4년 차인 올해는 예년보다 더 정교한 타격 타이밍과 수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 볼카운트마다 타격 지향점이 다르다. 4할 타율이 유지되는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강백호 레이스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0.400. 언젠가는 무너질 숫자로 여겨진다. 고공비행을 보는 것만으로도 야구팬은 즐겁다. 앞서 개막 두 달 이상 4할 타율을 유지했던 선수들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16시즌 롯데 소속이었던 김문호가 꼽힌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430을 기록하며 주전 좌익수를 꿰찼고, 5월도 4할 타율을 유지했다. 한 번도 3할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김문호는 데뷔 10년 동안 외야 백업 요원이었다. '덕수고 천재 타자'로 불리며 인정받았던 잠재력이 드러나기 시작했기에 롯데 팬은 들끓었다. 낯선 이름이 타율 1위로 치고나서자, 리그에도 활력이 생겼다.
한화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 김문호 김문호의 질주는 6월부터 제동이 걸렸다. 6월 3일 NC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2016시즌 48번째 경기 만에 3할(0.399)대 타율을 기록했고, 이후 5경기 더 4할대를 유지하다가 11일 두산전에서 6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시즌 최저 타율(0.394)을 기록한 뒤 다시 앞자리를 바꾸지 못했다.
2014시즌은 SSG 이재원이 개막 초반을 달궜다. 4월 22경기에서 타율 0.463를 기록했고, 5월까지 소화한 46경기에서 0.429를 마크했다.
2006년 1차 지명 유망주였던 이재원은 타격은 뛰어났지만, 주 포지션(포수) 수비력을 인정받지 못해 이전까지 한 번도 100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였다. 박경완·정상호·조인성 등 쟁쟁한 선배 포수가 1군에 버티고 있기도 했다. 좌투수 상대 대타 요원이 그의 정체성이었다. 그러나 2014시즌 개막 초반, 포수 조인성이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뒤 출전 기회가 늘었고, 그사이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다. 외국인 타자였던 루크 스캇의 부상 이탈 공백을 메웠다.
이재원의 타율은 시즌 63번째 출전까지 4할 타율을 지켰다. 6월 27일 인천 LG전에서 0.397로 떨어졌지만, 7월 3일 NC 원정에서 3안타를 치며 다시 회복했다. 이후 3경기에서 13타수 5안타를 치며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했다. 그러나 타석 수 대비 안타 수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개인 71번째 경기를 끝으로 4할을 회복하지 못했다.
SSG 수비가 흔들렸다. SSG 제공 이재원은 소속팀의 75번째 경기까지 4할을 유지했다. 장효조(71경기·1987년)를 넘어섰고, 이종범(104경기·1994년)·김태균(89경기·2012년)·백인천(80경기·1982년)에 이어 역대 4위 기록을 남겼다. 김문호는 53경기였다.
김문호는 타율 0.325로 시즌을 마쳤다. 몸쪽(좌타자 기준) 빠른 공에 약점이 드러나며,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고전했다. 이재원은 자신이 원하던 안방을 차지했지만, 주전 포수 경험이 적다 보니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최종 기록은 0.337.
강백호가 38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이재원과 김문호가 같은 경기 수에서 남긴 타율(이재원 0.445·김문호 0.427)보다는 낮다. 그러나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고 있던 두 선수에 비해 강백호는 경험이 많이 쌓인 시점이다. 자신의 타격이 정립됐다. 체력 저하가 가장 큰 포지션을 맡았던 이재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자리(1루수)에 나서고 있다.
강백호는 현재 타율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 타점 욕심만 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강백호의 이름 앞에 '4할 타자'라는 표현이 언제까지 붙을 수 있을까. 한국 야구 기대주의 질주에 야구팬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