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지난 7일부터 외국인 타자 없이 1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데이비드 프레이타스(32)가 2군으로 내려간 까닭이다. 프레이타스는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6(99타수 25안타), 1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354)과 출루율(0.279)을 합한 OPS가 0.633. 득점권 타율도 0.219로 낮다. 1군 엔트리 말소 전에는 타순이 8번까지 내려갔다. 그만큼 위압감이 떨어졌다.
키움은 프레이타스 영입(최대 60만 달러·6억7000만원)을 지난 2월 5일 발표했다. 스프링캠프 시작 나흘 뒤였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계약이 가장 늦었다. "포지션 구분 없이 타격 좋은 선수를 데려오겠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중하게 움직였다. 프레이타스는 2019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 PCL(Pacific Coast League) 타격왕 출신. 그해 타율 0.381(328타수 125안타), 12홈런, 81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까지 0.461로 압도적인 1위. 주 포지션이 포수여서 수비 활용 폭이 떨어지지만, 정말 '타격'만 보고 영입했다.
기대가 컸다. 키움은 지난 시즌 중 엄홍 두산 스카우트 부장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김치현 전 단장도 외국인 스카우트 경력이 풍부해 두 전문가가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키움은 지난겨울 간판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의 메이저리그 이적에 따른 이적료로 550만 달러(62억원) 정도를 챙겨 지갑이 두둑했다. 한때 현역 메이저리거 영입 가능성이 거론됐던 이유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프레이타스 계약 후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장타력을 갖춘 선수를 원했다. 프레이타스가 파워와 정교함을 갖춘 만큼 그 역할을 잘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프레이타스 활용 방안은 키움의 고민이다. 홍원기 감독의 첫 구상은 지명타자(DH)였다. 하지만 DH로만 출전하기엔 타격이 위협적이지 않다. 지난달 23일 고척SSG전에선 궁여지책으로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평범했다. 그렇다고 1루 수비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홍 감독은 4월 말 1루수 박병호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을 때 프레이타스가 아닌 전병우나 김수환을 1루수로 투입했다.
김하성의 이적, 박병호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키움의 중심 타선 화력이 약해졌다. 어느 시즌보다 외국인 타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프레이타스의 활약이 미미하다. 올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선수 교체가 어렵다. 비자 발급과 자가 격리 기간을 고려하면 교체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다.
일단 2군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프레이타스의 반등은 2021시즌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