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당나귀 3_2021_oil on canvas_130.3x162.2cm 우화적으로 과장되게 대가리가 큰 당나귀가 거친 갈색 대지 위에 붉은 빛 여명을 배경으로 고집스레 버티고 섰다. 주변으론 잡초와 야생화가 역시 고집스럽게 뒤죽박죽인 채로 제각각의 생명력을 뿜어낸다.
꽃과 당나귀 2_2020_oil on canvas_100x100cm 사석원 개인전 ‘새벽광야’가 29일부터 5월 30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 그랜드조선 부산에서 열린다. ‘새벽광야’는 2018년 ‘정면돌파’전 이후 부산에서 3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사석원의 페르소나는 당나귀, 부엉이, 사슴, 수탉 등 동물이다. 이전 전시와 차이가 있다면 화면을 압도하지 않고 배경에 녹아들어있다는 점이다.
광야의 당나귀 2_2020_oil on canvas_130.3x162.2cm ‘새벽광야’란 전시명칭은 자못 시사적이다. 시작의 시간, 사물이 드러나는 시간에 거칠고 황량한 이미지의 광야가 공간이다. 즉 역경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가능성의 시간이다.
새벽호랑이 2_2020_oil on canvas_130.3x162.2cm 작가는 본인의 노트에서 ”거친 황토와 상처 난 자갈이 깔려 있는 광야에 당나귀와 수탉, 황소와 호랑이, 독수리, 부엉이, 사슴, 소나무 등이 우뚝 서있습니다. 결기 있게 미래와 맞서 서있는 그것들은 나의 분신입니다. 즉, 내가 그들입니다”고 말한다.
새벽토끼_2020_oil on canvas_130.3x162.2cm 사석원의 작업은 두꺼운 물감과 거친 붓질의 궤적들이 캔버스를 장악한다. 그에게 진실은 정제되고 의도된 것이 아니다. 뿌려진 물감처럼 우연하고 나이프에 뭉개진 물감처럼 전혀 친절하지 않다. 그처럼 날 것 그대로의 생경함을 구현하는 화풍은 ‘새벽광야’에 더할 나위 없이 맞아떨어진다.
소나무와 황소_2021_oil on canvas_130.3x162.2cm 그는 폴 발레리가 ‘해변의 묘지’에서 읊은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는 시구를 인용한다. 생명은 이유 불문 살아내는 것이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새벽광야’는 코로나로 지친 대한민국에 전하는 작가의 위로다.
새벽수탉 1_2020_oil on canvas_130.3x162.2cm 작가는 말한다. “얼마나 거친 미래가 닥칠지는 모르겠습니다. 삶은 늘 그렇듯이 오리무중이니까요. 새벽 광야가 그렇습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안개마저 자욱한 새벽의 광야는 보이지 않기에 두려움과 신비함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압니다. 곧 내 앞에 펼쳐질 광경이 황홀한 낙원만이 아니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세상과 맞닥뜨릴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어찌하겠습니까. 살아야죠. 싸워서라도 살아야겠지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굳은 의지를 갖고 살아가겠습니다.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