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에 새로운 감독 천적 관계가 만들어졌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 그리고 울산 현대모비스의 유재학 감독 이야기다.
KGC는 지난 26일 열린 2020~21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현대모비스를 86-80으로 이겼다. 시리즈 3연승을 거든 KGC는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이번 시리즈 결과로 김승기 감독은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유재학 감독을 상대로 9승 1패라는 압도적인 전적을 기록하게 됐다.
김승기 감독은 과거 2016~17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에 3연승을 거뒀다. 그리고 2017~18시즌에는 6강에서 만나 김승기 감독이 3승 1패로 유재학 감독에게 판정승을 기록했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 6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6회, 정규리그 통산 694승, 그리고 플레이오프 통산 105경기 58승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전에서 KGC만 만나면 유독 작아졌다. 김승기 감독은 이번에 3연승을 거두면서 플레이오프 통산 20승 10패를 기록하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왜 KGC에 약할까. 김승기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 전 인터뷰에서 “운이 좋았다. 현대모비스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우리와 만났다”며 몸을 낮췄다.
김승기 감독의 말처럼 운도 분명 작용했다. 4강 플레이오프 전 현대모비스의 포워드 최진수가 부상을 당해 제대로 뛰지 못했고, 반대로 KGC는 정규리그 후반 제러드 설린저가 합류한 후 엄청난 상승세를 탔다.
운 이상으로 두 팀의 단기전 승부를 가른 것은 '높이'의 차이였다. 정규리그 장기전에서는 현대모비스가 탄탄한 조직력으로 승수를 더 쌓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포스트 자원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던 시즌에 하필 KGC와 맞닥뜨렸다.
과거 현대모비스가 KGC에 단기전 완패를 당했던 2016~17시즌과 2017~18시즌은 KGC가 현대모비스의 골 밑 약점을 공략하기에 적당한 시기였다. 현대모비스는 해당 시즌 이전까지 골 밑을 든든하게 지켰던 라건아가 없을 때 KGC를 만났다. 반면 KGC는 오세근 등 탄탄한 국내 포스트 자원과 수준급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이번 4강 시리즈에서도 포지션별 매치업에서 현대모비스가 KGC를 압도하는 부분이 없었다. 특히 KGC의 양희종-오세근-설린저로 이어지는 3~5번 포지션이 현대모비스에 우위를 보였다.
추승균 SPOTV 해설위원은 “이번 4강에서는 KGC 설린저의 활약이 대단했다”면서 “설린저가 오기 전까지 KGC 국내 선수들은 왠지 모르게 처져 있었다. 그런데 설린저가 합류하고 완전히 달라졌다. 설린저에게도, 국내 선수들에게도 서로의 장점을 끌어올려 주는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설린저가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팀에 갔다면 이 정도로 폭발력이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KGC와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추 위원은 현대모비스의 장기인 수비가 100% 되지 않은 것도 패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대모비스가 지난 시즌만 같았어도 수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상대에 따라 수비 방식을 변화무쌍하게 바꾸는 스타일이 아닌데, 자신들의 수비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는 양동근(은퇴)이 이를 해결하거나 그동안 호흡을 오래 맞춰왔던 선수들의 노련함으로 풀어갔다. 아무래도 올 시즌에는 양동근이 빠지고,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많다 보니 그런 부분이 좀 아쉽더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