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은 '미나리' 제작사 A24를 만든 배우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
윤여정은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되자 "브래드 피트 반갑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었나.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다"라는 농담을 던져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윤여정은 당황하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계속된 수상 소감에서 특유의 솔직함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 현장에서 윤여정의 소감에 여러번 웃음과 박수가 나왔고 아카데미도 윤며들었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의미의 합성어).
이어 "저는 한국에서 왔다.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여'라고 부르거나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선사했다. 윤여정은 "아시아권에서 살면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그래서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감사하다. 정말 아카데미 관계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저에게 표를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하다"며 "'미나리' 가족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감독님은 우리의 선장이자 또 저의 감독님이었다"며 '미나리' 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윤여정은 또 "너무 감사드릴 분이 많다. 제가 사실 경쟁을 믿지는 않는다.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 다섯 후보 모두 다 다른 역할을 영화에서 해냈다. 경쟁은 없다. 내가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며 이날 참석한 다섯 후보 모두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특히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 어쨌거나 정말 감사드린다"며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두 아들이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는다"며 또 한 번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멘트를 했다.
1971년 개봉된 영화 '화녀'에서 호흡을 맞춘 故 김기영 감독도 언급하기도 했다. "김기영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 저의 첫 감독이셨다. 저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저의 수상을 기뻐하셨을 거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날 '미나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스티븐 연)·여우조연상(윤여정)·각본상·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윤여정은 대한민국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했고, 아시아 배우 중 63년 만에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는 쾌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