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1 11라운드 울산 현대-전북 현대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오늘 경기가 한국에서 A매치 다음으로 가장 관심이 있는 경기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내뱉은 말이다. 그의 말대로 K리그1(1부리그) '슈퍼 빅매치'로 불리는 경기가 열렸다. 21일 울산문수축구장에서 우승 후보 두 팀, 전북 현대와 울산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치열한 우승 레이스를 펼쳤던 두 팀의 올 시즌 첫 격돌. K리그 최강의 스쿼드를 꾸린 두 팀의 자존심 대결, 그리고 올 시즌 우승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한판이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두 팀의 첫 만남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K리그의 많은 팬들이 기대를 가졌던 경기다. 1위와 2위의 대결이니 만큼 화끈하고 멋있는 경기를 기다렸다. 이 경기는 사실상 K리그의 얼굴이나 다름 없었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누가 이기느냐 보다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경기력이 중요했다. K리그 팬들은 이 경기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K리그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도 K리그의 매력에 빠뜨리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두 팀의 수장 역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은 "승패를 떠나, 부담감을 떠나서 정말 즐겁게 좋은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말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 역시 "현대가 더비다. 1위와 2위의 대결이다. 승리를 가져와야하는 경기다.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이 많다. 좋은 내용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두 팀 감독은 말만 앞섰다.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두 팀 모두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웠다. 적극적인 공격은 없었다. 서로의 눈치를 보면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전반은 사실상 자기 진영에서 볼 돌리기 수준이었다. 후반 공세를 주고 받았지만 짜릿함은 느낄 수 없었다. 박진감도, 간절함도, 재미도, 의미도 모두 없었다. 잦은 실책은 경기의 퀄리티를 낮췄다. 리그 1위와 2위 팀의 대결 치고는, 너무나 밍밍했다.
결국 두 팀은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한 채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서로 조심하며 승점 1점을 사이좋게 나눠가졌다. 누구를 위한 경기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