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강남구 빗썸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이 전날보다 하락해 6800만원대를 기록한 모습. 연합뉴스 가상화폐 광풍이 몰아치자 정부가 또 한 번 '스톱' 사인을 꺼내 들었다. 이에 8000만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7000만원이 붕괴됐고, 가상화폐 시장은 다시 한번 폭락장이 될까 봐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2018년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경고장을 날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4분의 1로 쪼그라든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때와는 다르다"고 전망한다.
20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5.54% 하락한 6883만원에 거래됐다. 업비트에서는 6918만원, 코인원은 6888만원이었다. 전날 7600만원 선을 지키던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7300만원 선을 유지하다가 하락 흐름이 계속돼 6500만 원대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국내 비트코인의 일일 가격 변화는 약 -11%로 해외 비트코인의 일일 낙폭인 -4.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해외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5만7598달러(약 6417만원)에서 이날 5만4830달러(약 6109만원)로 떨어졌다.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얼어붙은 데는 전날 정부가 가상화폐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정한 가상자산(가상화폐) 특별단속 기조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이달부터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라고 말하는 등 가상화폐 거래가 비이상적으로 과열돼 있다고 판단했다.
국무조정실의 가상화폐 불씨 끄기는 지난 2018년 초 국내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어닥쳤을 당시에도 진행된 바 있다. 당시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 지금보다 더욱 강경하게 칼을 꺼내 들었다.
이 영향으로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1월 6일 2598만8000원에서 한 달 뒤인 2월 6일 660만원으로 4분의 1로 폭락했고,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2018년 1월 중 한때 2900만원 가까이 올랐다가 월말에는 1000만 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정부의 입김에 비트코인 광풍이 일시에 꺼진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위기다. 정부의 목적인 듯 보이는 가상화폐 거래량 축소가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한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는 "2018년 대하락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때는 투기 도박판이었지만, 지금은 기관투자자 매수가 있다. '개미 털기'라고 생각하고 다시 상승세 타길"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동의하는 댓글이 수개가 달렸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비슷한 시각으로 현재 상황을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완전한 '투기'로 보고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등 극단적인 자세였는데, 지금은 불법 거래에 대해 단속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맥락이 다르다고 본다"며 "가상화폐 거래를 줄이겠다는 목적이 같을 수는 있지만, 방식이 확실히 다르고, 사실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에는 비트코인 거래량이 우리나라가 전 세계 톱이었는데 정부가 강경하게 나오니 투자자들이 흔들려 순식간에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 영향을 줬다"며 "당시에는 개인투자자가 주도했다면, 현재는 기관투자자가 주도한다. 기초체력이 튼튼해졌다는 얘기인데, 증권사에서는 펀더멘털이 튼튼해졌다고 표현하더라"고 말했다. 즉, 정부의 조치로 극적인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개인투자자가 빠져나가거나, 거래량이 줄어드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며 "한 기업의 주식이 하락한다고 투자자가 투자에 아예 손을 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제 가상화폐도 투자자가 이탈하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