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류현진, 마에다(왼쪽부터)가 2021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게티이미지 2021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에 나서는 30개 구단 선발 투수 30명 중 아시아 선수는 3명이다. 류현진(34·토론토), 마에다 겐타(33·미네소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35).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디트로이트 소속이었던 2000년 볼티모어와의 개막전에 아시아 투수로는 처음으로 개막선 선발 투수가 됐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2001년 밀워키를 상대로 개막전에 나서며 뒤를 이었다. 박찬호는 텍사스 이적 첫해(2002년)도 오프닝 데이 선발 투수로 나섰다. 노모는 다저스 유니폼을 다시 입은 2003~04시즌도 개막전 선발 영예를 안았다. 통산 3번.
노모의 '아시아 선수 최다 개막전 등판' 기록은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다나카 마사히로(현재 라쿠텐)가 2019시즌 개인 통산 4번째 등판하며 다시 썼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개막 선발 계보는 '괴물' 류현진이 이었다. 2019시즌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소속팀의 정규시즌을 열었다. 박찬호 이후 18년 만이다. 류현진은 토론토 이적 첫 시즌(2020)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에이스로 인정받았다. '연속 시즌'. '최다 시즌' 모두 한국인 새 역사를 썼다.
PEORIA, AZ - MARCH 7: Yu Darvish #11 of the San Diego Padres pitches during the game against the Kansas City Royals at Peoria Stadium on March 7, 2021 in Peoria, Arizona. The Royals defeated the Padres 4-3. (Photo by Rob Leiter/MLB Photos via Getty Images) 다르빗슈는 텍사스 소속이었던 2017시즌 이후 개인 통산 2번째이자, 4년 만에 개막전에 나선다. 상대는 애리조나. 매치업은 '월드시리즈의 사나이' 매디슨 범가너다.
다르빗슈는 2018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기간 6년, 총액 1억 2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2018~19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컵스팬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미니 시즌(팀당 60경기)으로 치러진 2020시즌 12경기에 등판해 8승3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하며 재기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의 광폭 행보의 타깃이 되며 다시 한번 이적했다. 원래 샌디에이고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출신 좌완 블레이크 스넬이 오프닝 데이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제이스 팅글러 감독의 선택은 다르빗슈였다.
FORT MYERS, FL- MARCH 20: Kenta Maeda #18 of the Minnesota Twins pitches during a spring training game against the Tampa Bay Rays on March 20, 2021 at the Hammond Stadium in Fort Myers, Florida. (Photo by Brace Hemmelgarn/Minnesota Twins/Getty Images) 일본인 투수 마에다도 미네소타의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내셜널리그 중부 지구 밀워키를 상대한다.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던 2020시즌을 앞두고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됐다. 다저스에서는 선발 경쟁에서 밀리며 불펜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미네소타에서는 에이스로 올라섰다. 지난해 성적은 6승1패 평균자책점 2.70. 개인적으로도 반등했다. 2021 시범경기에서도 9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고, MLB 입성 여섯 번째 시즌 만에 한 팀의 1선발로 인정받았다. 마에다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특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설렘을 담은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MIAMI, FLORIDA - SEPTEMBER 02: Hyun-Jin Ryu #99 of the Toronto Blue Jays delivers a pitch against the Miami Marlins at Marlins Park on September 02, 2020 in Miami, Florida. (Photo by Mark Brown/Getty Images) 류현진의 개막전(뉴욕 양키스전) 등판은 예견됐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의 공식 발표만 조금 늦었을 뿐이다. 양키스 선발은 역대 MLB FA 최고액에 계약한 개릿 콜. 스포츠 매체 CBS스포츠는 이 경기 선발 매치업을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 2위로 올려놓았다.
류현진은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2019년에는 "분명히 특별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2021시즌 반응은 다르다. 개막을 하루 앞둔 1일(한국시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개막전보다는 시즌 전체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정규시즌 전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월드시리즈, 올스타전 선발로도 나선 류현진에게 개막 선발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이제는 루틴이다. 아시아 야구의 위상도 마찬가지. 최초로 MLB 개막전에 아시아 출신 투수 3명이 출격한다. 놀랄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