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코리아 직원(왼쪽)이 2017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의 현장 진입을 막고 있다. 공정위 제공 애플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고의로 인터넷을 차단하고, 조사공무원의 진입까지 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채널 부재 등 오래전부터 국내 소비자 기만행위로 지적을 받아온 애플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도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이하 애플) 및 소속 임원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총 3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법인 및 임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공정위는 2016년 6월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애플 사무실에서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경영 간섭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시행했다. 애플이 이통사와 체결한 계약 현황, 광고기금 집행내역, 이통사 광고안에 애플의 의사를 반영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애플의 이통사별 영업담당자를 조사하던 중, 네트워크가 끊긴 것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AMFT(애플마케팅펀드트래커), '미팅 룸' 등 핵심 자료가 보관된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해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 공정위는 애플에 PC, 이메일 등 전산자료를 삭제하거나 변경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말라고 사전에 고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네트워크 단절 원인과 클라우드 활용 업무 프로그램 유무 등을 담은 자료 제출을 독촉했지만, 애플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또 공정위는 2017년 11월 애플의 1차 현장조사 방해 혐의와 경영 간섭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2차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번에는 애플 소속 임원 A 상무가 조사공무원의 현장 진입을 약 30분 동안 저지‧지연했다.
2차 현장조사 당시 현장에 있던 임직원 중 최고 직급이었던 A 상무는 조사에 응할지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보안요원 및 대외협력팀 직원과 조사공무원들의 팔을 잡아당기고 막아섰다.
공정위는 네트워크 차단 및 미복구 행위에 대해 2억원, 자료 미제출 행위에 대해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고 한도의 과태료 규모다.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행위에 대해서는 애플 및 소속 임원 1명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애플은 공정위가 이통 3사를 상대로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위법 여부를 따져 조사 대상 사업자가 처분을 받는 대신, 그에 타당한 시정안을 자진해서 내놓는 제도다.
공정위는 해당 동의의결을 확정했으며, 애플은 1000억원 규모의 국내 소비자·중소사업자 상생안을 이행하기로 했다. 애플은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1년간 국내 아이폰 수리비와 보험 상품 비용에 대해 10%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김성근 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장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애플코리아 및 소속 임원의 조사방해 행위 고발 및 과태료 부과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이번 조사방해 행위 고발과 상생안 이행은 별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성근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애플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는 동의의결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거래 상대방인 이통 3사를 조사해) 결과적으로 영향받지는 않았지만, 조사를 방해한 행위 그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해왔으며, 애플과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모든 국가의 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진행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관계 당국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