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봄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듯하다.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여전히 개봉을 꺼리면서, 극장 정상화의 꿈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객들이 극장 나들이를 꺼리고,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으니 기대작들이 개봉을 미룬다. 볼 만한 영화가 없으니 또 관객들은 극장으로 향하지 않는다. 이같은 악순환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계속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의 흥행으로 숨통이 트이는 듯했으나 역부족이다. 특히 봄 시즌에도 개봉에 나서는 기대작이 드물어 극장가는 또 비상에 걸렸다.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보릿고개를 넘어왔던 것처럼, 재개봉작과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연명해야 할 위기다. 당장 3월 말과 4월 개봉작만해도 한국팬이 유독 적은 '고질라 VS. 콩' 정도만이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고, 역량 부족한 아이돌만 내세운 저예산 영화만 연이어 스크린에 걸리는 중이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이 2021년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넘기고, '미나리'가 70만 관객을 돌파하며 훈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재밌는 영화만 있다면 관객은 극장으로 향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러나 올해 봄까지 '재밌는 영화'를 찾아보기 드문 상황이 계속될 예정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첫 영화 '블랙 위도우'가 당초 계획하던 5월에서 7월 9일로 개봉을 연기하는 결정 또한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블민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한국 관객이 특별히 사랑하는 마블의 '블랙 위도우'가 개봉하면 저절로 극장도 살아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개봉을 미뤄왔던 '블랙 위도우'가 여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또한, 첫 아시안 히어로 영화인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는 9월 3일로, 마동석 출연작인 '이터널스'는 11월 5일로, '스파이더맨3: 노 웨이 홈'은 12월 17일로 개봉일이 바뀌면서 이 또한 올 한 해 한국 극장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작을 자사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에 동시 공개하는 방침을 택하고 있는 디즈니가 올 하반기에는 국내에서도 디즈니 플러스를 론칭한다. 마블 스튜디오뿐 아니라 디즈니 산하 스튜디오의 기대작이 디즈니 플러스에서 동시 공개될 경우 입게될 극장가의 타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5월 개봉을 조심스레 논의하고 있는 한국영화 기대작이 있다. 배우 최민식 주연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박동훈 감독)'다. 신분을 숨긴 채 자사고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 학성(최민식)과 '수포자' 고등학생 지우(김동휘)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최민식이 신인 김동휘와 호흡을 맞추며 이끌어가는 작품으로, 최민식을 위한, 최민식의 영화다. 관객의 신뢰를 받고 있는 그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훈풍을 불러올 수 있을지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화 개봉 상황은 언제나 변경될 수 있어, 이 기대 또한 확정지을 수 없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개봉에 대해 확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