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한화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성적이 크게 악화한 건 아니었다. 120경기 출전해 타율 0.286(419타수 120안타), 1홈런, 32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팀의 주장까지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지만, 세대교체를 단행한 쇄신 분위기에 칼바람을 맞았다. 자칫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벼랑 끝에 몰렸다.
갈 곳 잃은 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키움이었다. 이용규는 한화에서 방출된 지 닷새 만에 키움 구단과 계약했다. 연봉 1억원, 옵션 최대 5000만원 등 최대 1억50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김치현 당시 키움 단장은 "풍부한 경험과 실력, 열정을 가진 선수와 함께해 매우 기쁘다. 연령대가 낮은 선수단에 실력 있는 베테랑의 합류로 뎁스(선수층)와 선수단 분위기가 강화되는 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용규 영입 효과'는 생각보다 꽤 크다. 수비에선 입대로 빠진 임병욱의 자리를 채웠다. 좌익수와 중견수가 모두 가능한 만큼 좀 더 탄력적으로 선수단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키움은 이용규 영입 후 부동의 좌익수였던 이정후의 포지션을 중견수로 전환,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이용규(좌익수)-이정후(중견수)-박준태(우익수)로 정규시즌 개막전을 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타석에서의 임팩트도 상당하다. 이용규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6경기에 출전해 타율 0.583(12타수 7안타)을 기록했다. 김혜성(0.357), 이정후(0.333), 박병호(0.250)를 비롯한 주전급 타자 중에서 타격감이 가장 뜨거웠다. 6경기 중 5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낼 정도로 꾸준했다. 시범경기 첫 경기인 21일 사직 롯데전에선 1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22일 대구 삼성전에선 2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으로 활약했다. 0-2로 뒤진 3회 초 2사 1루에서 삼성 선발 벤 라이블리의 2구째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오른쪽 펜스를 넘겼다. 그의 타격 컨디션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용규는 "연습경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타격 타이밍을 좋게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롯해 다양한 상황에 맞춰 타격 타이밍 변화를 가져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타격 밸런스는 연습경기 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홈런도 타격 밸런스에 타이밍이 잘 맞아서 나온 것 같다. 남은 시범경기에서도 매 타석 집중하면서 시즌 준비를 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용규 활약을 반기는 건 홍원기 키움 감독이다. 홍원기 감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야수고 경험이 굉장히 많은 베테랑이다. 영입했을 때 '그라운드에서 귀감이 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고 선수단을 이끌어갈 리더십도 있다'며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실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팀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모두) 리드오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즌 때까지 컨디션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