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맹활약으로 KBO리그 왼손 에이스 계보 선두두자로 꼽힌 NC 구창모가 2021시즌 규정이닝 진입에 도전한다. IS포토 지난해 구창모(24·NC)는 모든 걸 다 이룬 투수였다.
개인 성적과 팀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정규시즌을 승률 100%(9승 1무),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 평균자책점 1.38(13이닝 2자책점)로 호투해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KBO리그 왼손 에이스 계보를 이을 선두주자"라는 호평까지 들었다. 시즌 뒤 연봉 협상에선 전년 대비 38.9%(7000만원)가 인상된 2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돈과 명성을 모두 얻은 1년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규정이닝(144이닝) 소화에 또 한 번 실패했다.
규정이닝은 선발 투수가 달 수 있는 '훈장' 중 하나다. 한 시즌을 부상과 부진 없이 꾸준하게 소화해야 달성할 수 있다. 지난해 KBO리그 투수 중 20명만 규정이닝을 채웠다. 구단별 평균 2명. 국내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전체 6명에 불과했다. 통합우승팀 NC에선 단 한 명의 국내 투수도 규정이닝 합격선을 넘지 못했다.
2016년 데뷔한 구창모에게 규정이닝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록이다. 2018년 133이닝으로 개인 최다 이닝을 경신했지만, 규정이닝엔 11이닝이 부족했다.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0승)를 따낸 2019년에는 107이닝에 그쳤다. 매년 부진 아니면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2월 스프링캠프에서 "올해는 규정이닝을 채우고 싶다"고 힘줘 말한 이유다.
2020시즌 출발은 산뜻했다. 개막전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7월까지 순항을 이어갔다. 13번의 선발 등판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했다. 87이닝을 책임져 리그 이닝 소화 11위. 국내 투수 중에선 SK 문승원(당시 89이닝)에 이은 2위였다. 규정이닝 1점대 평균자책점을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였다. "최대 200이닝도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7월 27일 왼팔 전완근 염증 문제로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스텝이 꼬였다. 처음엔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예측됐지만, 장기 이탈로 연결돼 긴 공백기를 가졌다. 약 3개월 만인 10월 말 복귀해 불펜으로 2경기를 뛰고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결국 93⅓이닝에 그쳤다. 시즌 100이닝을 투구하지 못한 건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2020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우천중단됐던 경기가 재개된 1회말 NC선발 구창모가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7.12/ 현재 창원 NC파크에서 시즌을 준비 중인 구창모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매번 (규정이닝을 넘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니까 팬들이나 구단에 죄송스럽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올 시즌에는 꼭 규정이닝을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1시즌은 의미가 크다. 이번 겨울 양현종(텍사스)이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떠나면서 구창모를 향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류현진(토론토)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으로 대표되던 KBO리그 왼손 에이스 라인을 새롭게 이끌어갈 후보 중 하나다.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2년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NC도 구창모의 활약에 따라 선발 로테이션의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는 "왼손 투수 계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 일단 규정이닝을 채워야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보여드리고 나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구창모는 개막전 엔트리 등록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해 괴롭혔던 전완근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내내 재활군에서 따로 몸을 만들고 있다. 이동욱 NC 감독은 "창모가 있고 없고에 따라 시즌 플랜(계획)이 달라진다. 일단 뒤에 들어오는 거로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막전 출전이 어렵다고 규정이닝 소화가 불발되는 건 아니다. 아직 유효한 목표다.
구창모는 여유를 갖고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다들 완벽하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 지난해에도 느꼈지만 내가 빠지고 나서 공교롭게도 팀이 흔들렸다. 분위기를 흐린 것 같았다"며 "작년과 재작년 경기에 많이 빠졌다. 올 시즌 처음은 어렵겠지만, 마무리를 같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중간에 빠지면 그게 더 민폐니까 잘 준비해 쭉 가는 게 우선"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