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미국 전역을 누볐던 '추추 트레인' 추신수(39)가 인천에 입성한다. 추신수의 신세계 이마트 야구단 계약이 발표된 뒤 추신수가 KBO리그에서 보여줄 성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1652경기를 뛴 베테랑.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험이 있지만, 국내 투수들을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리랑 직구'를 던지는 유희관(두산)과의 맞대결부터 동갑내기 이대호(롯데)와의 자존심 경쟁까지 볼거리가 꽤 많아졌다. 일간스포츠는 3회에 걸쳐 'KBO리그 신인' 추신수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불혹을 눈앞에 둔 추신수에겐 녹슬지 않은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눈'이다.
지난 23일 신세계그룹 이마트 야구단과의 계약(본지 단독 보도)이 발표된 추신수는 강점이 확실한 타자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주력이나 수비 범위가 줄어들었지만, 공을 골라내는 선구안만큼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지난해 5월 '최고의 선구안(batting eyes)을 지닌 아메리칸리그(AL) 타자 5명'을 선정하며 추신수를 명단에 포함했다. MLB닷컴은 추신수에 대해 '통산 855볼넷을 기록하며 이 부문 현역 선수 중 7위, 출루율은 0.377로 현역 11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타석당 투구수가 4.11개로 AL 12위에 올랐다'고 촌평했다. 추신수는 1년 더 MLB에서 뛰며 통산 볼넷을 868개(현역 7위)까지 늘렸다.
그의 선구 능력은 다양한 지표에서 나타난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추신수의 2019시즌 O-Swing%(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대한 스윙 비율)는 22.7%.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8위(알렉스 브레그먼 18.8%로 1위)였다.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지난 시즌에도 23.1%로 크게 악화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확고한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타격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볼넷을 얻어내는 기술 또한 뛰어나다.
추신수의 통산 볼넷 비율(BB%)은 12.1%이다. MLB 평균인 8.3%를 훨씬 웃돈다. 통산 타석당 투구수도 4.04개로 MLB 평균인 3.83개보다 더 많다. 지난해에는 4.15개로 전년 대비 0.04개가 늘었다. 타격 지표가 하락하더라도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기본 지표는 굳건했다. MLB 통산 출루율이 0.377로 현역 10위.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9위), 무키 베츠(LA 다저스·12위), 앤서니 렌던(LA 에인절스·13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13년 더스티 베이커 당시 신시내티 감독은 "모두가 리키 핸더슨 같은 타자를 원한다. 추신수는 (핸더슨만큼) 출루 능력이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핸더슨은 MLB 통산 도루가 1406개인 '대도'이면서 통산 출루율이 0.401인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였다.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에서 공격 선봉장 역할을 맡아 한 시즌 100볼넷을 넘기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KBO리그행이 확정된 뒤 추신수가 보여줄 '기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신세계 이마트 야구단은 추신수의 계약이 발표되기 전 내부적으로 추신수의 2021시즌 KBO리그 예상 성적을 산출했다. 박병호와 강정호를 비롯해 역대 KBO리그에서 MLB에 진출했던 타자들의 성적을 역산해 추신수의 기록을 대입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그 결과 추신수가 2021시즌 출루율 0.428을 기록할 것으로 결론 내렸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4할대 출루율을 넘긴 선수는 총 9명. 0.428은 박석민(NC 0.436), 최형우(0.433)에 이은 전체 3위에 해당하는 최상위권 성적이다. 추신수가 테이블 세터로 활약할 경우 팀 득점이 전년 대비 40점 넘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추신수의 '생산성'에 의문을 갖는 시선도 존재한다.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에 지난해 MLB 성적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추신수의 포심 패스트볼 타율은 0.305에서 0.278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신세계 야구단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MLB보다 리그 수준이 낮은 KBO리그 특성상 추신수가 안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바탕엔 녹슬지 않은 능력인 '선구안'이 깔렸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눈(선구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추신수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은 바깥쪽이 타이트한(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주지 않는) 느낌이다. 그 부분만 빨리 습득하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다. 적응만 하면 (MLB 시절보다) 더 나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