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유희관(35)이 원소속 구단 두산과 16일 계약했다. 기간은 1년, 연봉은 3억원이다. 인센티브 7억원이 포함됐다. 보장 금액은 지난해 연봉(4억 7000만원)보다 적다. 기간과 조건 모두 초라한 계약이다.
유희관은 통산 97승을 거둔 KBO리그 대표 좌완 투수다. 역대 4번째로 8시즌(2013~2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빠른 공 평균 구속은 시속 130㎞대 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제구가 정확하고, 수 싸움에 능하다.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두산 왕조에 기여했다. 그러나 미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5.02에 그치며 하락세를 보였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도 약점으로 평가됐다.
계약 발표 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만난 유희관은 두산 잔류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두산팬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준비해서 2021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연봉보다 많은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단도 신경을 써 준 것 같다"고 했다.
유희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년이다. 선수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2021시즌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더 절실해졌다. 유희관은 "선수 생활이 몇 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다. 매 경기가 소중하다. 2021시즌은 매 경기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희관이 두산과 1년 더 동행한다. 두산 제공 인센티브 조건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선발진에 진입해야 한다. 예년처럼 자리가 보장된 상황이 아니다. 유희관에게는 낯선 선발 경쟁. 그러나 자신 있다. 그는 "계약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몸을 잘 만들었다. 하체와 코어 운동에 매진했고, 체중 감량도 시도했다. 선발진 경쟁이 치열한 것을 잘 안다. 후배 투수들이 성장한 것은 팀으로 볼 때 매우 바람직하다. 나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기량이) 좋았을 때 모습을 다시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있다. 2021시즌도 10승에 도전한다. 유희관은 "9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겠다. 가장 애착이 큰 기록이고, 좌투수로는 1위(최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우승도 노린다. 그는 "2020시즌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아쉽게 (NC에) 패했다. 오재일과 최주환이 이적했지만, 남아 있는 동료들과 꼭 다시 우승하고 싶다"고 전했다.
두산은 20일 울산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실시한다. 실전 경기 위주로 일정을 소화한다. 유희관은 일단 베어스파크에 남아 퓨처스팀 선수들과 근·체력 훈련부터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