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옥중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수감되기 전부터 검토됐던 대규모 파운드리 사업 투자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텍사스 지방정부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 복수의 후보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부문은 이 부회장이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이 부회장의 주도로 공장 증설 후보지를 물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투자 규모만 170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해 이 부회장의 경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지는 미국 텍사스와 애리조나, 뉴욕, 한국 평택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검토 단계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데드라인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2030년까지 경쟁자 대만 TSMC를 제치고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올해 안에 투자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선투자가 이뤄진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가 유력하다. 텍사스 오스틴 공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 라인을 증설하는 방안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텍사스 지방정부와 세금 감면 혜택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 임팩트 데이터소스가 분석한 삼성전자의 신규 투자로 인한 경제 파급효과는 89억 달러(약 10조원)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이런 결과 분석을 토대로 향후 20년간 8억550만 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 유치와 경쟁사 행보,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한다면 미국이 적합하다. 경쟁사 TSMC는 이미 애리조나주에 짓는 5나노 공정의 파운드리(120억 달러)를 포함해 2030년까지 28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대만의 TSMC 역시 글로벌 고객 수요로 인해 미국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의 ‘미국 내 생산’ 정책 공약도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고려 요소가 있겠지만, 텍사스의 경우 기존 공장에 있는 곳이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증설이 용이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고객 유치와 격차 감소를 위해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경쟁사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부문에서 2위 삼성전자와 1위 TSMC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TSMC가 54%, 삼성전자는 17%에 불과하다. 반도체의 중심부인 미국 시장에서 파트너를 찾지 못한다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5나노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 나노 공정 기술을 가진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이에 반도체 설계 기업들은 TSMC와 삼성전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계 5대 반도체 설계기업 중 하나인 미국 AMD와 연결되고 있다. 또 ‘반도체 공룡’인 인텔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길 가능성도 있다. 인텔은 차기 CEO인 팻 겔싱어가 오는 15일 공식 취임과 함께 위탁생산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반인 AMD와 인텔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 입장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평택캠퍼스에 극자외선 파운드리 부문에 10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또 평택캠퍼스 2라인에 8조원대 규모의 증설 투자를 추가로 약속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 옥중임에도 이 부회장의 투자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