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총수 일가의 맏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보다도 많은 연봉을 받는 그는 회사 자금까지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 조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겉으로는 ‘기부왕’ 이미지를 가진 최 회장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7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검찰에서 12시간 이상 고강도 조사를 받았으며 2시간 이상 조서를 열람한 뒤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최 회장을 상대로 회사 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최 회장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회사 자금을 횡령해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한 SK네트웍스 주가의 시세조정 혐의다. 지난 2018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SK네트웍스를 둘러싼 200억원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뒤 관련 내용을 검찰에 이첩했다. 이후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고, 지난해 10월 6일 SK네트웍스, SKC본사, SK텔레시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어 같은 해 10월 29일 검사와 수사관이 중부지방국세청에서 SK네트웍스 계열사의 세무조사 자료도 확보했다.
검찰은 시세조정 혐의와 관련해 지난 4일 SK네트웍스 본사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이사회 회의록과 회계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3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1000억원 매입을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SK네트웍스 주가는 주당 4300원대에서 5600원까지 30% 이상 뛰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 회장 등 경영진이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을 창업한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이자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 형이다. 현재 SK 오너가 중 가장 어른인 그는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등 사촌들과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경영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SK유통(현 SK네트웍스)에서 1997년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0년부터 SKC 대표이사를 맡았으나 실적 부진으로 물러났고, 결국 돌고 돌아 2016년 다시 SK네트웍스로 복귀했다.
SK네트웍스에서 SK매직과 AJ렌터카의 인수로 규모를 키우기도 했지만 면세점 사업권 확보에는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SK네트웍스의 인수합병이 활발했듯이 최 회장이 지금까지 그룹 내에서 보여준 가시적인 성과가 많지 않기에 신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시장에 괜찮은 매물만 나오면 한 번 검토해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 규모나 실적보다 턱없이 많은 연봉을 챙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SK네트웍스의 2019년 매출 규모는 10조5000억원 수준이다. 2019년 SK 지주사의 매출 규모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연봉은 SK를 이끄는 최태원 회장보다 최신원 회장이 더 많다.
2020년 상반기에 최태원 회장이 SK에서 챙긴 연봉은 21억5000만원(SK하이닉스 17억5000만원 별도)이다. 이에 비해 최신원 회장은 11억원이 많은 32억5000만원이나 챙겼다. 2016년 18억7000만원이었던 연봉은 2018년 52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9년 대규모 적자(1228억원)에도 최 회장은 52억5000만원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경우 SK네트웍스 외에는 가진 지분이 없고, 주식가치도 크지 않아 다른 SK 총수 일가처럼 주식부호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주식 0.83%만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최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고액 연봉 논란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이 27년간 132억원을 기부하면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으면서 얻은 ‘기부왕’ 이미지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