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벤 라이블리. 삼성은 현재 라이블리에 올 시즌 대비 총액이 삭감된 재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선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IS 포토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28)에 대한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삼성은 이번 주 내로 라이블리와의 계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13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이제 결정(재계약)해야 할 시점"이라며 "선수와 연락은 꾸준히 하고 있다.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2일 발표된 2021년 보류선수 명단에 데이비드 뷰캐넌(31)과 라이블리를 모두 포함했다. 재계약 의사가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 지난 9일 뷰캐넌의 재계약(최대 150만 달러)이 발표됐다. 하지만 라이블리 거취에는 물음표가 찍혔다. 구단은 재계약 오퍼를 넣었지만, 선수 측의 'OK' 사인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은 라이블리를 '연봉 삭감' 대상으로 분류했다. 보통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하면 계약 총액이 올라가지만, 라이블리는 다르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6승 7패 평균자책점 4.26(112이닝). 왼 옆구리 근육 파열로 55일 동안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 영향으로 규정이닝(144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재계약하더라도 라이블리의 2021년 연봉을 올려줄 수 없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그의 2020시즌 계약 조건은 계약금 20만 달러(2억2000만원), 연봉 50만 달러(5억4000만원), 인센티브 25만 달러(2억7000만원) 등 최대 총액 95만 달러(10억3000만원)였다.
프로야구 키움과 삼성의 경기가 12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 라이블리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05.12. 관건은 삭감 폭이다. 현재 KBO리그 외국인 선수 시장에선 "라이블리의 재계약 조건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선수가 원하는 금액과 구단 제시안의 간극이 꽤 크다. 라이블리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예년 같으면 재계약 오퍼를 거절하고 메이저리그(MLB) 재도전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마이너리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MLB 일정도 축소(팀당 162경기→60경기)될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내년 시즌도 정상적으로 운영될지 장담할 수 없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NPB) 팀들이 KBO리그 외국인 선수에 관심이 높지만, 라이블리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삼성은 라이블리의 재계약을 원한다. 홍준학 단장도 "(현재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그만한 투수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라이블리는 올해 9월 이후 등판한 9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10월 24일 광주 KIA전에선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냈다. '건강하다'는 전제조건만 성립되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다.
삼성과 라이블리의 '동행'은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다. 홍준학 단장은 "이번 주 안에 많은 걸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래야 다른 준비를 할 수 있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