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구단과 올 시즌까지 키움에서 뛰었던 이택근(40)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택근이 KBO에 '키움 구단을 징계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한 게 9일 알려진 것이다. 구단과 선수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자 야구계에선 "전례를 찾기 힘든 장면"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키움은 지난 10월 초 이택근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다(본지 10월 13일 단독 보도). 이어 9일에는 이택근이 KBO에 품위손상 징계요청서를 제출했다는 내용까지 전해졌다(본지 12월 10일 단독 보도). 이택근은 지난해 6월 불거진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의 2군 캐치볼 영상이 외부로 유출되자, 자신을 통해 영상을 촬영한 팬을 구단이 사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허민 의장과 김치현 단장을 비롯한 구단 고위 관계자를 처벌해달라고 KBO에 요청했다. 반면 키움 구단은 "사찰이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두 달 동안 구단과 선수가 내용증명을 주고받고, 선수가 구단을 처벌해달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양쪽 모두 법적 다툼을 예고한 상황이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올 시즌에도 키움을 둘러싼 사건이 내내 끊이지 않았다. 먼저 지난 10월 7일 손혁 감독이 사퇴했다. 손 감독은 2019년 11월 계약 기간 2년을 보장받고 사령탑에 올랐다. 계약 첫 시즌인 올해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계약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구단은 손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리그 관계자 대부분이 납득하지 못했다. 당시 키움은 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했다. 당시 야구 원로 모임인 윤동균 일구회 회장은 "(손 감독이) 잘하고 있던 거 아닌가. 성적을 이유로 물러났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손혁 감독은 KBO리그 역사상 중도 사퇴한 감독 중 세 번째로 높은 승률(73승 1무 58패·승률 0.557)을 기록하고 짐을 쌌다. 후임 인사는 더 파격적이었다. 1985년생 김창현 퀄리티 컨트롤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시즌을 마쳤다.
김창현 코치는 대학교까지 야구 선수로 뛰었지만, 프로 선수 경험이 없다. 파트별 코치 이력도 없는 인물이다. 감독의 자격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키움이니까 가능한 선택"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프런트가 전권을 쥐는 야구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키움은 지난달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후 한 달 넘도록 감독 자리가 공석이다. 감독 인선에 들어갔던 SK(김원형)와 LG(류지현)가 빠르게 관련 작업을 마쳤고, 최하위 한화는 창단 첫 외국인(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까지 데려왔다. 모두 내년 시즌 준비에 여념 없는데 키움만 제자리걸음 중이다.
키움은 그나마 지난달 26일 하송 대표이사가 사퇴한 뒤 감독 선임 작업이 올 스톱됐다. 구단은 새 대표이사가 오기 전까지 감독을 선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대표이사 선출 과정을 고려했을 때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꼬박 두 달을 보내게 된다. 시즌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키움을 둘러싼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장정석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에도 관련 내용에 대한 진실게임이 펼쳐졌다. 올 시즌에도 비슷하다. 잡음을 계속 만들어지면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고 있다.
KBO는 키움과 이택근을 둘러싼 내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의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