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통해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여,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쳐 실질적 탄소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주공급원을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IT 등 3대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탄소 신산업 유망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차전지, 저전력반도체, 바이오, 그린수소 등 저탄소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소외되는 계층이나 지역이 없도록 공정한 전환을 도모하겠다”며 “지역별 맞춤형 전략과 지역 주도 녹색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주민의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석탄발전·내연기관차 산업 등이 정책적으로 소외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녹색산업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 5월 ‘제2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소개했다. P4G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민관협력 사업을 지원하는 국제 협력조직이다. 덴마크 주도로 2017년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겠다. 임기 내에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비전 선언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진행됐고, 6개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됐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폐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진 원단으로 제작된 넥타이를 착용했다. 문 대통령이 비전선언을 한 집무실 책상 위엔 현재 ‘지구환경 위기 시각’인 오후 9시47분을 가리키는 탁상시계가 놓였다. 충남 태안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를 배경으로 한 오프닝 영상은 배우 하지원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 선언을 하는 대목은 흑백영상으로 송출됐다. 흑백영상에 대해 청와대는 “컬러 영상의 4분의1 수준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을 통해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실시간 채팅에는 “갑자기 흑백으로 나와서 무서웠다”, “왜 흑백인지 모르겠다” 등의 평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