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WKBL 제공 그동안 여자프로농구는 '왕조'들의 굳건한 지배 하에 있었다. 임달식 감독 시절 인천 신한은행이 그랬고,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아산 우리은행도 공고한 왕조 체제를 구축했다. 2018~19시즌에는 박지수를 앞세운 청주 KB스타즈가 왕위를 빼앗았지만, 새 왕조를 구축하진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리은행에 1.5경기 차 뒤진 채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KB는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르는 이번 시즌 다시 한번 우승 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KB와 우리은행이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깨졌다. KB는 우리은행은 물론 부산 BNK 썸에도 패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모두가 하위권으로 지목한 신한은행이 뜻밖의 저력을 과시하며 개막 2연승을 거뒀다.
KB는 두 번의 패배를 끝으로 금세 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선두로 올라섰다. KB를 바짝 뒤쫓은 건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이 아니라 다크호스 신한은행이었다. 초반 상승세를 이어간 신한은행은 휴식기 전까지 4승2패의 성적을 올리며 KB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개막 전에는 신한은행의 돌풍을 예상한 이들이 없었다. 4강 후보에도 꼽히지 못했고, 창단 2년 차인 신생팀 BNK와 꼴찌를 다툴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개막전부터 베테랑들의 활약을 앞세워 자신들을 향한 평가를 뒤집었다. 김단비·한채진·이경은·김수연 등 30대 베테랑들이 팀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면서 안정된 전력을 구축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노련미가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4강권으로 분류됐던 용인 삼성생명과 부천 하나원큐의 부진이 겹치기도 했지만, 신한은행의 분전은 분명 시즌 초 여자프로농구의 가장 큰 이변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다. 3주 간의 휴식기를 마치고 22일 하나원큐-KB전을 시작으로 재개된 여자프로농구는 앞으로 한 번도 쉬지 않고 리그 종료까지 내달린다. 외국인 선수 부재,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완성되지 않은 조직력 등으로 초반 고전했던 팀들이 3주간의 휴식기 동안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가 앞으로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휴식기 동안 조직력을 가다듬은 KB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확보하며 하나원큐를 대파했다. 삼성생명도 개막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김한별·배혜윤이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BNK를 꺾었다. 4강권으로 분류됐던 팀들이 연달아 승리를 거두면서 한층 더 치열해질 순위 싸움을 예고하는 가운데, 시즌 초반 주춤한 가운데 3위를 지켰던 우리은행의 약진도 점쳐볼 수 있다.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박혜진을 제외하더라도, 최은실이 휴식기 이후 복귀를 예고하고 있어 전력 상승 요소가 뚜렷하다.
신한은행이 4강권 경쟁자들을 제치고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25일 우리은행과 치르는 맞대결이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