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20 KBO 포스트시즌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0대 4 뒤진 5회초 김태형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7전4승제)를 지휘하는 김태형(53) 두산 감독의 육감이 말한다. '베테랑 공략에 우승이 달려있다'고.
두산은 17일 열린 KS 1차전에서 NC 불펜진 공략에 실패하며 3-5로 졌다. 역전의 기회가 있었다. 1-4로 뒤진 6회 초 1사 1·2루에서 두산 박세혁이 적시 2루타를 치며 추격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후속 타자 김재호와 정수빈이 NC 베테랑 투수 김진성(35)에게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두산은 3-4로 추격한 8회 초 1사 1루 기회에서도 바뀐 투수 임창민(35)을 넘지 못했다. 오재일이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6구 포크볼에 배트를 헛돌리며 삼진을 당했다. 후속 타자 박세혁도 포크볼을 공략하지 못하고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9회 초 NC 마무리투수 원종현(33)을 상대한 김재호·정수빈·박건우는 모두 땅볼 아웃됐다.
김진성은 올 시즌 두산전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했다. 피안타율(0.333)도 높았다. 임창민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이 5.26이다. 두산으로서는 불펜 공략이 수월해 보였다. 그러나 김진성과 임창민은 시속 140㎞대 중반까지 찍히는 묵직한 직구, 낙차 큰 포크볼을 앞세워 고비마다 두산 타선을 제압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1차전이라는 압박감을 고려해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투수들을 믿고 내세웠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불펜 등판해 두산의 타선을 깔끔하게 제압한 베테랑 김진성·임창민. 고척=김민규 기자 김태형 감독은 NC 베테랑 투수들의 임무 완수가 놀랍지 않다. "두산의 불펜 전력이 우위"라는 외부 평가도 동의하지 않는다. 경험이 많은 NC 투수들이 체력을 충전했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1차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김진성과 임창민을 정규시즌 기록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베테랑들은 정규시즌 막판 구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KS에 직행하며) 충분히 쉰 덕분에 구속이 2~3㎞ 더 나온다. 경험이 많은 투수들이고 (포수) 양의지와의 배터리 호흡도 좋기 때문에 공략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태형 감독은 16일 열린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NC보다 많은) 경험을 살려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지난 5시즌(2015~19년) 연속 KS를 치르며 쌓인 두산 선수단의 '빅게임' 경험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같은 이유로 상대 팀 베테랑들을 경계하고 있다.
KT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도 그랬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타격 4관왕 멜 로하스 주니어, 신성 거포 강백호보다 데뷔 16년 차 베테랑 야수 유한준(39)과 18년 차 박경수(36)를 더 조심했다. 포수 박세혁을 향해 "베테랑 타자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들어오는 변화구 실투를 놓치지 않으니 빠른 공으로 유인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유한준과 박경수에게 멀티 출루를 허용한 2차전 뒤에도 "워낙 수 싸움이 좋은 타자들이기 때문에 (둘을 잡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포수의 투수 리드를 평가할 순 없다"고 말했다.
두산의 경계 대상은 NC의 베테랑 불펜이다. 두산 타선은 PO부터 KS 1차전까지 득점력이 저조했다. 경기 후반까지 박빙으로 흐르는 양상이 많기 때문에 불펜을 공략해야 승리할 수 있다. 향후 시리즈에서 김태형 감독이 어떤 반전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