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타석에서 신중했지만, 결과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박용택은 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7-8로 뒤진 8회 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땅을 한참 고른 뒤에야 타석에 두 발을 뒀다. 마운드에 있던 두산 마무리 투수 이영하를 상대로 한 통산 타율이 0.526(19타수 10안타, 장타율 1.000)로 높아 자신감도 있었다. 오로지 '타이밍만 늦지 말자'라고 되뇌었다.
박용택은 이영하의 초구 148㎞에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3루 관중석을 향했다. 하지만 두산 3루수 허경민이 그물망에 부딪히며 공을 어렵게 잡아냈다. 박용택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0-8로 뒤지던 경기를 LG가 7-8까지 따라잡은 순간이었다. 타석에 들어설 때 '또 어떤 드라마를 쓰려고 경기가 이렇게 흘러가나'라고 생각했던 그는 '이게 마지막 타석이 되면 안 되는데…'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는 LG에 패배로 끝났다. 후배들은 박용택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그에게 다가와 포옹했다. 바로 곁에 있었던 이형종은 울먹였다. 선수 시절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이병규 LG 타격 코치도 박용택을 안아줬다.
박용택의 마음도 같았다. 류중일 감독의 방문을 두드리고 "감독님, 이제 이 유니폼을 벗으면 정말 은퇴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현역 선수로 정든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벗기 전에 코치와 선수, 구단 직원 모두 한 번씩 껴안았다.
박용택은 "내가 눈물이 많다. 그런데 아직은 은퇴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여느 시즌과 마찬가지로 시즌 종료 후 휴식기로 여겨진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라커룸에서 짐을 못 뺐다. 거의 두 트럭 분량이 된다"라고 웃으며 "19년 치 짐이 있다. 난 장비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배트만 해도 100자루는 있을 것 같다. 집에 옮겨놓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라커룸에 짐을 빼면 은퇴를 실감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진로는 미정이다. "좋은 가장, 좋은 아빠가 될 시간을 가질 것인가"라고 묻자 "난 결혼 생활 16년 차다. 딸(13)도 다 커서 내가 집에 있는 걸 별로 원하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코치로 현장에 복귀하는 계획에 대해선 "당장은 아니다. 날 원하는 곳을 찾아봐야겠다"라고 웃었다. 박용택의 야구 인생 2막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