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NC의 4선발 카드로 유력한 송명기. 선발 로테이션 합류 후 커브 구사율을 높이며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IS포토 NC 오른손 투수 송명기(20)의 '커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송명기는 올 시즌 NC가 발굴한 '히트상품'이다. 입단 2년 만에 1군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오는 17일 시작하는 한국시리즈(KS)에선 4선발을 맡을 게 유력하다. 이동욱 NC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베테랑 이재학을 대신할 카드로 일찌감치 송명기를 낙점했다. 그만큼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두텁다.
신뢰의 바탕은 '기록'이다. 송명기는 8월 21일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무려 8승을 따냈다. 이 기간 리그 다승 공동 2위, 팀 내 1위다. 12경기 평균자책점이 3.54(61이닝 24자책점)일 정도로 투구 내용도 준수했다. 불펜(24경기 평균자책점 4.05)으로 뛰었을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선발' 송명기의 투구 레퍼토리가 달랐다. 불펜으로 나설 땐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섞었다. '스리 피치'였다. 선발로 전환한 뒤에는 슬라이더 의도적으로 비율을 낮추고, 커브 구사율을 늘렸다.
KBO 공식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불펜으로 뛴 6월 송명기의 슬라이더와 커브 비율은 각각 29%, 2%이다. 선발로 전환한 8월에는 슬라이더가 24%, 커브가 7%로 수치가 달라졌다. 9월과 10월에는 커브 비율이 8%였다. 슬라이더의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타자로선 커브도 머릿속에 그려야 했다. 수 싸움이 복잡해졌다.
송명기는 "고등학교 때는 커브를 많이 던졌다. 지난해에도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불펜으로 뛰면서 낮췄다"며 "(선발로 뛸 때) 힘이 떨어지면 선배 포수들이 커브 비율을 높여 직구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불펜 투수로 뛸 때는 자신 있는 몇 개의 구종으로도 충분하다. 직구와 자신 있는 변화구 하나만 섞는 '투 피치' 불펜 투수가 꽤 많다. 선발은 다르다. 같은 타자를 2~3번 상대하다 보면 구종이 눈에 익는다. 체력을 안배하며,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투구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0㎞까지 찍히는 송명기는 슬라이더와 포크볼은 물론이고, 커브로 완급을 조절한다. 구종을 하나 더 장착한 '포 피치'로 진화했다.
그를 두고 "신체 조건을 효율적으로 살린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키가 191㎝인 송명기는 장충고 재학 시절 투구 폼이 스리쿼터였다. 프로 입단 후 투구 각을 더 살릴 수 있는 오버핸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적응에 실패했다. 구속이 떨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컨트롤까지 흔들렸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다시 스리쿼터로 돌아갔다. 이 선택은 올 시즌 순항을 이어간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스리쿼터 투구 폼은 잃어버린 구속을 찾아줬다. 더 나아가 커브의 위력까지 배가시켰다. A 구단 전력분석원은 "스리쿼터 투수의 키는 보통 190㎝를 넘어가지 않는다. 키가 큰 투수라면 높이의 강점을 살리려고 한다. 커브 릴리스 포인트를 높게 잡아 떨어트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송명기는 다르다. 일반적인 오버핸드 투수의 커브 릴리스 포인트보다 약 20㎝가 낮다. 커브를 던졌을 때 타자 입장에서는 마치 포크볼처럼 낮게 오다가 훅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명기 커브의 궤적은 고점에서 저점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저점에서 더 낮은 코스로 날아가는 것이다. 타자로선 생소할 수밖에 없다. 직구 스피드까지 빠르니 대처가 어렵다. 송명기의 커브는 전체 구종의 10%가 되지 않지만, 타자가 체감하는 위력이 크다.
송명기는 KS를 준비 중인 NC 마운드의 '히든카드'이다. 커브는 그가 보유한 비밀무기다. KS 어떤 상황, 어떤 볼카운트에서 던질지 이목이 쏠린다. 그는 "정규시즌은 70~80점 정도다. 항상 똑같은 밸런스, 똑같은 힘으로 던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