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의 외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0년. 반 세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태일이'의 이야기다.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홍준표 감독)' 제작보고회가 9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명필름 이은, 심재명 대표와 홍준표 총감독, 그리고 배우 장동윤 염혜란 권해효가 참석해 2021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태일이' 프로젝트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명필름의 두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는 1970년 평화시장,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웠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다. 전태일 50주기를 앞두고 명필름과 전태일 재단이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은 대표는 '태일이' 기획에 대해 "첫번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성공한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 일본 애니메이션이 활기를 띄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한국 사람들이, 온 가족이 함께 봐야 할 이야기가 뭘까'를 생각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렸듯이, 그 다음 이야기는 오랜시간 품고 지낸 '전태일의 삶을 조명해야겠다'는 마음에 용기내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은 대표는 "그 사이에 생각보다 빠른 사회적 변화로 영화도 첨예하게 산업화 되면서 '태일이'를 관객들이 봐줄 수 있을지, 관객들을 만나기 이전에 제작은 가능한지, 급변하는 환경에 고민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며 "논의 끝 전태일 재단을 찾아가 함께 만들 것을 제안했고 흔쾌히 함께 해 주셨다. 또 '블랙머니' 기획 팀과 100여 명인 넘는 지지자들이 소액 투자와 홍보 활동에 뜻을 모아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홍준표 감독은 "전태일의 50년 전 외침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길게 끝없이 외쳐가고 있는 것 같고, 성냥불보다 작았던 불씨가 지금은 큰 화염으로 번져 현재 태일이들에게도 큰 힘을 주고 있다 생각한다"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전태일에 대한 생각도 당연히 많이 했지만 그러면서 감정적으로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그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보여드리고자 캐릭터는 물론 시대 상황까지 철저하게 조사해 제작했다"고 강조했다.
'태일이'는 연기파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참여로도 주목도를 높인다. 청년 태일은 라이징 스타 장동윤이 함께 했고, 태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염혜란, 태일 아버지 진선규, 평화시장 재단사 신 씨 박철민, 평화시장 한미사 사장은 권해효가 분해 진정성 넘치는 열연을 펼쳤다.
심재명 대표는 장동윤을 소개하며 "데뷔 전 정의로운 청년으로 뉴스에 나온 전사가 있다. 나도 나중에 알았다. 이번 제의를 흔쾌히 응해 주셨는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자 장동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특해 했다.
장동윤은 "'태일이'는 생애 걸쳐 인간 전태일로서 삶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조명한다는 점이 좋았다. 평전도 읽었는데 글도 잘 쓰시더라. 그 글들을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어떤 고민들을 해왔고, 또 어떤 아픔과 힘겨운 상황 속에서 살아 오셨는지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을 연기할 때 많이 염두해 뒀다"며 "실제 전태일 열사가 경상도 출신이고 나도 경상도 출신이라 정서적인 부분과 사투리 억양은 도움 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시대와는 나이대가 가장 많이 차이나는 어린 축에 속하기 때문에 그 시대를 더 가깝게 겪어왔던 부모님께 많이 여쭤봤다. 당시 대학생이셨던 어머니도 전태일 평전을 활발하게 읽었던 세대라고 하시더라"며 "'노동'의 측면에서 봤을 땐 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막 대학에 입학할 즈음 도어맨 편의점 택배 상하차 등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내가 일할 때 전태일과 비슷한 환경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들) 장동윤과 너무 짧게 만나 후반작업을 더 길게 했으면 하는 사심이 있다"고 운을 뗀 염혜란은 "목소리 연기 제안을 받았을 때 기뻤지만 실존인물을 표현함에 있어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또 경상도 출신이 아닌데 자꾸 경상도 사투리 제안을 받게 되는 것도 부담스럽더라"며 "하지만 '태일이'가 담고 있는 이야기에 공감했고, 나 그리고 우리 부모님 세대가 겪은 노동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반도'에 이어 두번째 악역 목소리 연기에 임하게 된 권해효는 "보통의 배우들이 본인의 성향과 다른 역할을 할 때 흥미를 느낀다"며 웃더니 "소년 전태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쉽게 떠올릴만한 대락적인 이미지가 있다. 다만 '태일이'는 전태일 뿐만 아니라 평생 그를 둘러싼 환경, 그 사람을 울렸던 동료, 동지들, 그리고 그를 착취했던 사회까지 그 모든 것을 만나게 만드는 작품이라 좋았고, 그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내가 연기한 평화시장 한미사 사장은 (악역이지만) 그 안의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알려질 의미가 있다"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과거에 대한 기억'이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50년 전 공간 속에서 살아 남아야했던 전태일의 이야기가 왜 50년이 지나도 할 수 밖에 없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심재명 대표 역시 "영화 '카트'로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했듯이, '노동자의 삶'을 다루는 이슈는 멈출 수 없는 것 같고 그래서 '태일이' 역시 숙명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며 "현실은 변하고 있지만 노동 환경은 여전한 부분이 많다. 노동자의 계층을 나누고자 할 정도로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태일이'는 교훈적이기보다 감정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선보이려 한다"고 진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