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원 안 사진은 정의선(위) 현대차 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연합뉴스·각 사 제공 우여곡절 끝에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내년 1월 취임과 함께 활짝 열리는 '바이든 시대'를 맞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두 사람은 바이든 당선인이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친환경 정책과 관련한 전기차·태양광 사업에 힘을 쏟고 있어서다.
8일(한국시각)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내거는 등 친환경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형가스업체의 정책후원금마저 모두 거절해왔을 정도로 그린뉴딜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 복귀부터 천명해 그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친환경·신재생에너지의 인프라 구축에 4년간 2조 달러(약 2300조원) 지출을 약속했다. 대표적인 산업으로 전기차 분야가 꼽힌다.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버스 생산은 무탄소 전기 버스로 전환될 전망이며, 관용차 300만대가 모두 전기차로 교체된다.
국내 업계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세제 확대가 예고되어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정의선 회장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은 “2025년 전기차 판매 100만대로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래서 현대차는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친환경 수소·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 1~8월 전기차 판매는 7만4000대로 세계 4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현대차는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하는 아이오닉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위해 미국 전기차 전문기업 카누와 협력하고 있는 현대차는 20분 내 충전으로 45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의 대세화로 배터리 분야의 수혜도 예상된다.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는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강세를 보인다. 이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정 회장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선점을 위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미 단독 면담을 가지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의 태양광 산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유세 때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의 생산이 늘어나면 미국 내 광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줄기차게 강조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또 2035년까지 태양광 패널 5억개, 풍력터빈 6만개 신규 설치 등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 확대를 예고했다.
한화솔루션은 이미 미국에서 상업용·주거용 태양광 모듈 판매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상업용 태양광 발전 설비와 ESS를 제어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을 자체 개발해온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젤리를 인수·합병하는 등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 5월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을 기반으로 하는 태양광 연계 ESS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날 ‘바이든의 당선 영향’에 대한 자료에서 “미국 경기회복 및 친환경 분야 수요 확대, 규범에 근거한 통상정책은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수출 유망 분야로 친환경·재생에너지 부문이 꼽힌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