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팬들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경기장에 걸개를 내걸며 자신들의 진심을 표현했다. 하지만 울산은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2005년 마지막 우승. 기다림은 15년으로 끝나지 않았다.
울산이 또 2등에 머물렀다. 울산은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27라운드 광주 FC와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전반 33분 윤빛가람의 선제골이 터졌고, 2분 뒤 주니오의 두 번째 골이 나왔다. 후반 45분에는 이동경이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광주를 압도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3000명이 넘는 홈 팬들이 모인 가운데 리그 마지막 홈 경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울산은 웃지 못했다. 같은 시각 1위 전북 현대가 대구 FC에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울산의 희망은 외면받아야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과 거의 비슷한 스토리다. 울산은 전북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마지막에 무너졌다. 2019시즌에는 비기기면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최종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1-4로 완패를 당하며 전북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올 시즌에도 1위를 유지하다 25라운드에서 포항에 0-4 참패를 당했다. 이어진 올 시즌 최대 빅매치. 26라운드 전북과 경기에서 0-1로 패배하며 1위를 전북에 내줬다. 이겨야할 때 반드시 이기는 전북은 흐름을 이어 우승을 결정지었다. 2년 연속 결정적 경기에서 힘을 못쓰는 울산의 징크스가 다시 한 번 2위 자리에 위치하게 만들었다.
올 시즌 준우승은 더욱 뼈아프다. 지난 시즌에는 사실상 울산이 선전한 것이다. 객관적 스쿼드에서 전북이 한 수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울산은 전북과 대등하게 싸웠다. 올 시즌은 상황이 달라졌다. 울산은 이청용, 조현우, 윤빛가람 등 국가대표급 멤버를 영입하며 스쿼드 면에서 전북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전북의 독주를 멈춰세울 수 있는 최강의 멤버라는 기대감이 컸다. 특히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이청용은 울산의 우승을 확정지어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고 했다. 브라질 특급 주니오는 시즌 초부터 역대급 득점력을 자랑하며 득점왕을 일찌감치 예약했고, 결국 득점왕(26골)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최강의 멤버로도 끝내 정상에 서지 못했다. 이청용도 해내지 못했다. 득점왕을 보유했으면서도 전북을 넘지 못했다.
울산이 다시 한 번 준우승에 머물면서 K리그 역사상 독보적인 기록을 가지게 됐다. 불명예 기록이다. 울산은 총 9회(1988·1991·1998·2002·2003·2011·2013·2019·2020) 준우승에 머물렀다. 가히 압도적인 횟수다. 역대 공동 2위는 FC 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5회다.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울산에 '2인자'라는 꼬리표가 강하게 붙었다. 울산이 거부할 수 없는 아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