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수지(26)가 tvN 주말극 '스타트업'에서 주인공의 부담감과 무게감을 거뜬하게 이겨냈다. 재회한 오충환 감독, 세 번째 호흡인 박혜련 작가는 누구보다 배수지를 잘 알고 있었고 배수지 역시 자신감이 붙은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과 성장을 담고 있다. 배수지는 사업 방향의 키를 잡고 나아가는 CEO를 꿈꾸고 있는 서달미로 등장한다.
극 중 배수지(서달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 품에서 자랐다. 친언니 강한나(원인재)가 엄마를 택해 부자인 새아빠를 만나 고속 성장을 이룰 때, 맨땅에서 헤딩하며 여기까지 온 불굴의 청춘이었다. 언니와 엄마 앞에선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허세로 위장하지만 그 안엔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다. 아빠를 선택했음에 후회 없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
아빠는 스타트업을 꿈꿨다. 기회가 왔지만 눈앞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빠의 끼를 그대로 물려받은 배수지는 당차고 씩씩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똘똘 뭉친 모습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열정이 들끓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15년 전부터 펜팔로 이어진 첫사랑 요소를 추가했다. 이 시대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오직 첫사랑과의 만남을 꿈꾸며 미래를 그려온 배수지의 모습에서 캐릭터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난다. 배수지의 청초한 매력과 초롱초롱한 눈망울, 눈빛이 더해져 시너지를 발휘해 싱크로율까지 높였다.
배수지를 중심축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소화해야 할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 극에 빠져들게 한다. 배수지와 서달미 사이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 첫 방송부터 서달미에 푹 빠져든 모습으로 연기했다.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를 통해 오충환 감독, 박혜련 작가와 호흡을 맞춘 배수지. 더구나 박혜련 작가는 데뷔작인 '드림하이' 시즌1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미 호흡을 맞춰봤고 첫 시작을 같이 한 사이이기에 드라마 '스타트업'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극 안에서 성장하는 서달미와 배우로 성장해나가는 배수지의 실제 모습이 닮았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뚜렷하다. 그래서 최적의 캐스팅이었다고 입을 모은 것.
배수지는 "신선한 소재, 복잡한 관계 안에서의 설렘, 서툰 청춘들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겨 따뜻했다"면서 "감독님과 작가님과 다시 만났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서달미처럼 또 한 번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오충환 감독은 "같이 작품 했을 때 느낌이 너무 좋았고 맑고 투명한 게 서달미와 닮아 섭외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답변에서 배우와 제작진의 굳은 신뢰를 느낄 수 있고 이 신뢰를 바탕으로 배우가 최적의 연기로 캐릭터를 연기, 청춘 에너지로 안방극장을 물들이는 기반을 마련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배수지의 연기가 사실 저평가된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 영화 '도리화가' 때분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하면서도, 배우로서 소비되는 모습만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야 하는 성장하는데 '스타트업'이 그런 최적의 작품"이라고 평하면서 "'스타트업' 같은 경우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봤던 배수지의 풋풋함을 기본적으로 보여주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겪는 부분까지 같이 끌고 가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굉장히 (이전과) 다른 결이고 연기 성장에 있어 좋은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배수지에게도 '스타트업'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