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SES에서 배우로, 그리고 엄마로 변신해온 유진이 생과 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는 배금주의를 꼬집는 영화 '종이꽃(고훈 감독)'을 선보였다. 극 중 불행한 과거를 묻고 캔디처럼 사는 여자 은숙을 연기했다. 장의사 역의 안성기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2009년 선보인 '요가학원'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서 얼굴을 비친다. 2015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 이후 육아에 매진하다 오랜만에 엄마가 아닌 배우 유진으로 대중 앞에 나선다. 그간 "단역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연기에, 영화에 목말랐었다. '종이꽃'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며 그간의 갈증을 해소했다.
-안성기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오랫동안 선배의 연기를 봐왔다. 목소리도 특이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졌다. 정말 자연스러웠다. '연기를 열심히 해야지'의 느낌보다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편안했다. 편하게 해주는 것 자체가 굉장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래서 대배우구나'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 같다.(웃음)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같이 연기를 몇 번 하면서는 그분의 성품에 매료가 됐고 감탄했다. 같이 연기하면서도 내가 긴장을 하지 않는 거다. 긴장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분이 그렇게 만들어준 거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 자세를 배우게 됐다. '나도 이런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다."
-김혜성과는 실제로 때리기도 하고,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찍으며 김혜성과 처음 만났는데, 정말 좋더라. 일단 동안이라서 놀랐다. 재미있는 촬영이었다. 결과를 봤는데, 둘이 나오는 장면이 코믹한 분위기더라. 예상한 것보다 웃긴 장면이었다. 때리는 소리가 정말 리얼했다. 현장에서 진짜 그렇게 때리긴 했다. 손이 맵고 힘이 워낙 좋다. 보통 따귀 때리고 뺨 맞는 연기를 해도 실제로 하지 않는데, 영화는 조금 더 리얼해야 된다고 해서 진짜 때리기도 했다. 소리만큼 아프게 때리진 않았다.(웃음)"
-댄서가 꿈인 캐릭터인데, 춤추는 장면이 걸그룹 출신으로서 욕심나지 않았나. "욕심낸 것처럼 보이나, 설마. 하하하. 막춤이었다. 감독님에게 '춤을 어떻게 춰야 하냐'고 물었더니 '나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은숙은 현대 무용이나 발레 쪽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배운 적도 없고, 그냥 즉흥적으로 했다. '턴 이상하게 돌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저예산 영화인데도 선뜻 도전한 이유가 있나.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전에도 영화를 했었지만, 그간 성공은 못 했다. 영화가 쉽지 않더라. 오랜만에 할 수 있는 영화가 생긴 것이니까, 오히려 좋았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하게 좋은 선배와 함께할 수 있었다. 큰 영화를 욕심내지는 않았다. '영화 다시 하고 싶은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있다. 감초나 단역이라도 영화를 다시 하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받고 정말 좋았다."
-안성기가 입원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과로했다고 들었다. 많이 아프신 건 아니겠지 걱정이 된다. 문자로 연락을 했고, '영화 촬영하느라 힘들었던 것 같다. 괜찮다'는 답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