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58) 대한축구협회장이 내년 1월에 열리는 제54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3선 도전을 위한 항해에 나섰다. 정 회장의 도전은 3선을 염두에 둔 여타 종목 회장들의 거취와도 맞물려 있어 스포츠계 전반의 관심을 모은다.
대한축구협회는 “정 회장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3선 도전 심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체육단체장 출마 자격 확인을 위한 서류 접수는 14일에 마감했으며, 심의는 오는 28일에 열린다.
정 회장이 체육회에 3선 도전 가능 여부를 문의한 건 체육회 규정상 단체장은 재선까지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현직 단체장이 3선을 위해 출마하는 건 특별한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스포츠 국제단체의 임원으로 진출하기 위해 경력이 필요한 경우다. 그 외에도 해당 협회에 재정적으로 기여했거나, 주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이끄는 등 높은 공헌도가 인정될 경우 예외를 인정 받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재정 기여 ^국제대회 성적 두 부문을 근거로 심의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현 축구대표팀 감독을 영입할 당시 축구 발전에 써달라며 자신이 운영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CSR(사회공헌) 자금 40억원을 출연했다. 아울러 2015년 이후 ‘포니 정 재단’을 통해 매년 60명의 중학생 축구 유망주들에게 1억2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정 회장은 축구협회장이 된 이후 협회 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FIFA 회의 등 협회 업무와 관련한 해외출장도 전액 자비 부담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국제대회 성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축구 금메달을 수확했고, 지난해에는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준우승을 뒷받침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외교력을 끌어올릴 기회를 놓친 건 감점 요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4월 FIFA 평의회 위원직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부회장직을 모두 잃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축구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기회 또한 사라졌다. 지난해 A매치 중계권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 자신이 운영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협회 스폰서십 업체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다 중도 포기한 점 등도 3선 출마 승인에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정 회장이 3선 도전 승인을 받아 선거판에 나설 경우, 그를 견제할만한 대항마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항간에는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조광래 대구 FC 대표이사 등이 축구계 대권 도전설이 나오지만,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차 감독의 한 측근은 “불필요한 소문 때문에 오해가 쌓여가는 상황이 답답하다. 축구협회장 선거에 차 감독이 나서는 일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정 회장의 3선 도전을 체육회가 승인하지 않을 경우다. 이른바 ‘축구 여당’으로 통칭되는 범 현대가에서 새 후보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데, 어떤 카드가 축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축구인들 사이에서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는데, 진위 여부는 정 회장 출마가 좌절될 경우에나 확인할 수 있다.
축구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정 회장이 출마할 경우 무난히 3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체 후보가 나서야 할 경우라면 선거 판세에 대한 섣부른 예측이 힘들다”면서 “정 회장이 체육회로부터 출마 승인을 받을 지의 여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