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유재명은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솔직히 '소리도 없이'가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더 나아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유재명은 "'왜, 무엇 때문에'를 말하지 않은 채 때론 유머러스하게, 혹은 기괴하게 표현하고 달린다. 따뜻한 색감의 미쟝센을 바탕으로 피와 시체와, 유머, 라면 그런 것들이 천천히,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관객들에게 다가가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여정을 그려낸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안에서 창복은 작지만 큰 양심을 지닌 인물로 존재한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도덕감을 버린 채 움직이지만, 죄책감을 씻을 수 있는 신앙심에 기대고 감사하며 주어진 일에 그저 최선을 다 한다. 나 역시 최선을 다 했다"고 전했다.
'소리도 없이'를 가을 날씨에 비유한 유재명은 "세상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존재한다. 연극도 마찬가지고. 음악도 마찬가지다. '소리도 없이'는 익숙한 듯 하지만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도 않다. 그 안에서 유머, 냉소가 담겼고, 박장대소하게 만들면서 뭔가 서늘한 느낌도 있다. 그 지점에서 '장르성'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어떤 분들은 '뭘 말하고 싶어하는거지?'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든 분들을 다 공감시킬 수는 없겠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많은 대중과 만나기를 희망할 수 밖에 없다. 선택의 권리를 침범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느꼈던 설레임을 얻어가는 관객들도 당연히 있지 않을까. 기대와 희망이 가장 솔직한 욕망인 것 같다. 여러번 보면 더 재미있고 의미있을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유재명은 범죄 조직의 청소부 창복으로 소개부터 신선한 인물을 연기했다. 창복은 살기 위해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게 범죄 조직의 뒷처리 일을 한다. 허름한 옷차림부터 소심하면서도 친숙한 말투로 창복을 설계한 유재명은 창복이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다양한 감정 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유재명만의 명연기를 펼쳐냈다. 행동보다 말이 더 많은 설정 역시 말 없는 태인과 대비를 이루며 케미 시너지를 높인다. 웃음 포인트이자 눈물 포인트로 관객들의 감정을 쉴새없이 쥐락펴락한다.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범죄 조직을 돕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린 채, 묵묵히 자기 일을 해 가며 살아가는 태인과 창복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며 기존 범죄 영화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아이러니한 사건이 키 포인트다.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1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