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광주전 류재문의 득점 후 기뻐하는 대구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그리고 대구 FC.
24라운드를 마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현재 순위상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티켓을 손에 넣은 팀들의 명단이다. K리그1에 배분된 2021 ACL 티켓은 모두 네 장. 리그 1위 팀과 FA컵 우승 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2, 3위 팀이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갖는 '2+2' 방식이다.
이에 따라 울산과 전북은 리그 1~2위를 다투고 있는 데다, FA컵 결승에도 나란히 올라있어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다음 시즌 ACL 진출을 확정했다. 3경기를 남겨두고 사실상 3위를 굳힌 포항도 티켓을 거머쥐었다.
남은 한 자리의 주인공은 5위 대구가 유력하다. 4위 상주 상무가 AFC 클럽 대회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데다, 연고지 협약 종료로 다음 시즌 K리그2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6위 광주 FC와 맞대결을 치러 승리하면서 최소 5위를 확보한 대구가 2년 만의 ACL 복귀에 기뻐하며 환호성을 올린 이유다.
하지만 대구의 ACL 복귀는 100% 확정은 아니다. ACL 참가 규정이 바뀌기 때문이다. AFC는 2021년부터 ACL 참가 클럽 수를 기존의 32개 팀에서 40개 팀으로 확대하고, 전년도 대회 우승팀이 최소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도록 자동 출전 자격을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즉, 2020년 대회 우승팀이 2021년 대회 출전 자격을 갖기 때문에 해당 리그에 배분된 출전권 중 한 장을 자동으로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올 시즌 ACL에 출전 중인 K리그1 팀은 울산, 전북, 그리고 FC 서울과 수원 삼성 4개 팀이다. 이미 다음 시즌 ACL 티켓을 보유한 울산과 전북을 제외하고, 서울과 수원 중 한 팀이 ACL에서 우승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리그 1위와 FA컵 우승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3위가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것까진 같지만, 5위 대구 대신 ACL 우승팀이 출전권을 가져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종권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도 "대구가 최소 5위 성적을 확보했다고 해도 서울이나 수원의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는 한 아직 확정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물론 서울 혹은 수원이 ACL 우승을 통해 다음 시즌 출전권을 획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두 팀은 올 시즌 극도의 부진 속에 파이널 B로 동반 추락했다. 1부리그 잔류가 목표인 상황에서 ACL 우승을 노리기는 쉽다는 평가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올 시즌 AC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계속 연기되고 중단돼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아시아 지역은 대회 일정을 재개했지만, 상황은 순조롭지 못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는 바람에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인 알 힐랄이 선수 부족으로 실격패를 당해 탈락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발생했다.
동아시아 지역 역시 10월 중순 대회를 재개하려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오는 11월 중순으로 재개 시점을 한 차례 더 연기했다. 대회가 제대로 끝날지 장담하기 어렵다. 올 시즌 ACL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서울과 수원에 남겨진 희망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