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보여주기식, 마케팅용 정책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인도 공장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던 LG화학이 최근 환경안전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겠다고 내놓은 정책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냉정한 평가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7일 “환경안전을 바로 잡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 환경안전 정책을 전 세계 사업장에 체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며 M-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을 발표했다.
M-프로젝트의 M(Magnolia)은 목련을 의미한다. 목련이 개화하는 지난 봄에 발생한 사고를 잊지 않기 위해 환경안전 대책을 원점에서 검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기준과 관리 체계를 전 세계 사업장에 완벽히 정착시키겠다는 신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주요 골자는 환경안전 규정 체계 정립, 마더팩토리 운영, 사고감지·예방 체계 구축 등으로 2021년까지 중대 환경안전사고의 제로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올해 환경안전에 총 235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465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환경안전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약속이지만 ‘피해대책’ 보상 부분은 쏙 빠져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발방지만 강조한 나머지 이미 일어난 피해대책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5월 인도 공장 독가스 누출 사고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단체는 “인도 주 정부의 조사 보고서가 나왔음에도 LG화학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전 세계 37개국(국내 15개, 해외 22개)을 대상으로 고위험 공정 및 설비에 대해 먼저 긴급진단을 완료하고 ‘글로벌 스탠더드’ 수립을 공표했다. 하지만 해외 22개 공장에는 지난 5월 사고가 터졌던 LG폴리머스 인디아는 빠졌다. LG폴리머스 인디아는 LG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LG폴리머스 공장은 완전히 봉쇄돼 있기 때문에 진단이 불가능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LG화학의 행태는 전혀 글로벌 기업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피해대책과 재발방지가 동반되어야 환경안전 대책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LG화학의 행태는 전혀 글로벌 기업답지 않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잘하겠다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케팅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암물질인 스타이렌이 무려 800톤이나 유출된 인도 공장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한 지원과 보상은 인도 법원에서 표류하고 있다. LG화학은 “법적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법무부 장관 출신인 고위직 변호사를 고용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펼치고 있다. 이런 LG화학의 태도에 뿔이 난 인도 피해자들은 단체를 조직해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직업환경피해네트워크와 환경보건시민단체는 LG화학의 책임 있는 자세와 대처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 8월 3차례 국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조만간 성명을 발표해 ‘글로벌 공론화’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최 부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LG화학 가스누출 사태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대책이 전무했다. LG화학 사고는 수년 동안 피해자가 방치됐던 옥시 가습기 사건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9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