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19·KT)은 KBO리그 데뷔 시즌 선발로만 10승을 거둔 역대 21번째 투수로 기록됐다. 고졸 신인으로는 9번째다.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명맥을 이었다는 점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애리조나(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소형준은 "선발 10승을 꼭 해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기어이 목표를 이뤄냈다.
그의 데뷔 시즌 커리어는 더 화려해질 전망이다. 두 번째 목표는 신인왕이다. 소형준은 이전부터 "꼭 받고 싶다"며 수상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형준이 6월 9일 수원 KIA전부터 4연패를 당했을 때는 신인왕 레이스 경쟁이 심화됐다. LG 우완 투수 이민호, 삼성 내야수 김지찬, KIA 우완 불펜 투수 정해영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소형준은 8월 이후 6연승을 거두며 다시 반등했다. 파죽지세로 10승 고지까지 내달리며 신인왕 보증 수표도 얻었다. 앞서 데뷔 시즌 10승을 달성한 고졸 신인 8명 가운데 4명(염종석, 김수경, 오주원, 류현진)이 신인왕에 올랐다. 류현진도 데뷔 시즌 10승을 거둔 뒤 "(신인왕에) 60%는 다가선 것 같다"고 말했다.
소형준은 루키로서 가을야구를 경험할 가능성도 크다. KT는 7~9월 치른 56경기에서 승률 0.655(36승 1무 19패)를 기록했다. 리그 1위 승률이다. 현시점에서 투타 전력이 가장 안정된 팀으로 평가받는다. KT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다. 소형준은 팀 내 다승 2위를 기록하며 KT의 순항을 이끌고 있다. 소형준도 "내가 등판했을 때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현재 페이스를 이어가면 국가대표팀 승선도 기대할 수 있다. 대표팀은 젊은 오른손 선발 투수에 대한 갈증이 크다. 최근 몇 년 동안 치른 국제대회 주축 선발은 좌완이었다. 데뷔 4년 차 이영하(두산)가 대표팀 미래 에이스로 기대받았지만, 최근 마무리 투수로 전향했다. 소형준은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기대주다. 대표팀 세대교체 차원에서도 소형준에게 경험을 쌓게 할 필요가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소형준의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한 시즌 내내 편안하게 선발로 내세울 수 있는 투수다. 자기가 던지고 싶은 코스에 던지는 커맨드를 갖고 있다"며 "투구 자세도 군더더기가 없지 않은가. 투구를 보는 것도 편안하다. KT 소속 선수여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한 한국 야구에 소형준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