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된다. 2020~21시즌 유럽 3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가 이번 주말 일제히 새 일정을 시작한다.
한국인 유럽파 손흥민(28·토트넘), 황희찬(24·라이프치히), 이강인(19·발렌시아)은 실력파 명장들과 호흡을 맞춰 킥오프를 준비 중이다.
손흥민(28)은 ‘지략가’ 조세 모리뉴(57·포르투갈) 감독과 두 번째 시즌을 맞는다. 14일 0시30분 에버턴을 상대로 프리미어리그 홈 개막전을 치른다. 그 유명한 ‘모리뉴 2년차’의 출발점이다. 모리뉴 감독은 어느 팀에서건 지휘봉을 잡은 후 두 번째 시즌에 좋은 성적을 냈다. 2002년 이후 FC포르투(포르투갈), 첼시(잉글랜드), 인테르 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을 거치며 2년차에 정규리그 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맡은 뒤 다음 시즌 무관에 그친 게 유일한 예외다.
손흥민은 ‘모리뉴 2년차’ 토트넘의 핵심 멤버다. 6개 국어를 구사하는 모리뉴는 “깊이 있는 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말할 만큼 손흥민을 아낀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서 11골·10도움을 올렸다. ‘월드클래스’라 평가받는 골 결정력과 스피드에 도움 능력과 투쟁심을 추가 장착했다. 모리뉴는 라커룸에서 욕설을 섞어가며 “좋은 녀석들의 팀은 결코 이기지 못한다. 나쁜 녀석들이 돼라”고 소리친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세 차례나 퇴장 당하는 등 ‘터프가이’로 변신한 건 모리뉴 축구에 녹아드는 과정일 수 있다.
모리뉴호의 경쟁자들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첼시는 카이 하베르츠(전 레버쿠젠) 등 수준급 선수를 폭풍 영입하며 2억 파운드(3146억원)를 쏟아부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는 전력 손실이 거의 없다. 토트넘은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프리시즌에 4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양 손가락으로 카메라 모양을 만드는 ‘내 마음 속에 저장’ 세리머니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거 황희찬은 ‘베이비 모리뉴’ 율리안 나겔스만(33·독일) 감독과 함께 한다. 12일 오후 10시30분 열리는 뉘른베크르와 독일축구협회 포칼 1라운드 출격 대기 중이다. 분데스리가 개막전은 20일 마인츠와 홈 경기다.
1987년생인 나겔스만은 ‘전술 천재’다. 28세에 호펜하임(독일)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시즌엔 라이프치히를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놓았다. 16강전에서 토트넘을 상대했는데, 나겔스만 감독이 ‘진짜 모리뉴’와 지략대결에서 이겨 8강에 올랐다.
나겔스만 감독의 발자취는 모리뉴 감독과 닮았다. 23세에 현역 생활을 마감한 모리뉴 감독처럼, 무릎 부상 때문에 21세에 일찌감치 축구화를 벗었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독일) 23세 이하(U-23) 팀의 비디오 분석관을 맡아 당시 사령탑이던 토마스 투헬(독일) 현 파리생제르맹 감독을 보좌했다. 모리뉴 감독 또한 보비 롭슨 스포르팅(포르투갈) 감독의 통역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훈련 도중 드론을 띄워 선수 움직임을 촬영한 뒤 이를 분석해 전술을 짠다. 분데스리가에서 9시즌을 뛴 구자철(알 가라파)은 “나겔스만 감독은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빌드업(공격 전개)을 한다. 상대가 처진다 싶으면 원톱이나 섀도우 공격수가 튀어나가고, 공간이 열리면 논스톱으로 측면에 패스를 찔러넣는다”고 말했다. 저돌적인 돌파로 상대 뒷공간을 허무는 ‘황소’ 황희찬의 플레이를 그려볼 수 있다.
이강인은 14일 오전 4시 레반테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홈 개막전을 치른다. 7월 부임한 ‘유망주 감별사’ 하비 그라시아(50·스페인)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그라시아는 2018~19시즌 왓포드(잉글랜드) 사령탑으로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유망주 발굴에 능하고, 측면보다는 중앙 위주로 경기를 풀어간다. 프리시즌 최종전에서 2골을 터트린 이강인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전망이다. 대부분 교체 출전에 그친 지난 시즌과 달리, 출전 횟수와 시간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