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마침내 미국 빌보드 차트를 접수했다. '다이너마이트'로 마지막 남은 벽이었던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 한국 가요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방탄소년단이 1위에 오른 빌보드 핫100 차트는 한 주간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팝 순위를 매기는 차트다. 빌보드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차트이자, 세계 가요 시장에서도 인기 곡을 알아보는 중요 지표로 쓰인다. 방탄소년단은 해당 부분에서 정상에 등극하고 '글로벌 메가 히트곡'을 만들어 냈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7주 연속 2위에 오른 바 있다. 말춤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1일 기준 38억 회를 돌파하는 엄청난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빌보드 1위의 꿈은 아쉽게 이루지 못했다. 후속곡인 '젠틀맨'도 핫 100에 12위로 진입해 5위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지만 1위엔 못 미쳤다. 싸이는 "드디어, 자랑스럽다"며 방탄소년단의 성과에 뿌듯해 했다.
한국 음악계의 빌보드 도전사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했던 김범수가 '하루'를 영어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HELLO GOODBYE HELLO'(헬로 굿바이 헬로)로 최초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뉴욕 지역 판매 차트에서 8위에 랭크하고 빌보드 핫 세일즈에선 51위까지 올라 큰 화제를 모았다. 메인 싱글 차트는 아니지만, 빌보드 차트 입성이라는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는 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김범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이너 레이블인 국도레코드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지원 받았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니셜인 'BSK'를 앞세워 캐릭터를 메인 이미지로 꺼냈다.
원더걸스는 미국 가요시장에 나서 직접 부딪혔다. 2007년 'Tell Me'(텔미)로 전국을 뒤흔들고 'So Hot'(소 핫)과 'Nobody'(노바디)까지 연달아 히트시킨 후 프로듀서 박진영의 지원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노바디'는 한국 가수 최초의 빌보드 핫100에 등극, 76위까지 올랐다. 대외적으론 성과를 거뒀지만 멤버들은 투어버스를 타고 다니며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고. 선미는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어린 나이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버스를 타고 전미를 다녀야 하고 공연 전에 셀프로 홍보를 하면 그 옆에서 박진영이 홍보물을 나눠주곤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CL은 한국 솔로 여가수 최초로 핫100에 이름을 올린 가수다. 미국에 내놓은 첫 솔로 싱글 'LIFTED'가 94위를 차지하고 2주 동안 해당 차트에 머물렀다. 이후 세계적인 DJ 디플로의 싱글 '닥터 페퍼'(Doctor Pepper)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블랙아이드피스, 윌아이엠 등 현지 뮤지션들과의 꾸준한 협업을 펼치며 커리어를 쌓았다.
최근엔 방탄소년단만큼이나 블랙핑크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뚜두뚜두'(DDU-DU DDU-DU)(55위)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41위), 블랙핑크&두아리파 '키스 앤드 메이크 업'(Kiss and Make Up)(93위)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33위)으로 미국 데뷔 선언 1년도 되지 않아 수많은 기록들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아이스크림'(Icecream) 또한 발매 40시간만에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1억뷰 고지를 밟으면서 글로벌 화제성을 모으고 있다.
K팝 스타들의 미국 내 활약에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는 "방탄소년단이 계속 새 역사를 쓰고 있네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 정상에 오른 것과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4관왕을 기록한 것 모두 축하합니다.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이 '비디오 뮤직 어워즈'의 'Song of Summer'(올해의 여름송)로 선정된 것도 축하드립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