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은 24일 발표된 '2021년 신인 1차 지명'에서 키움의 선택을 받았다. 키움은 서울 연고 세 팀(키움·두산·LG) 중 가장 빠르게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예상대로 덕수고 오른손 투수 장재영을 찍었다. 장재영은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의 아들로 1차 지명 전부터 '신인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관심이 쏠리는 건 계약금이다. 장재영은 덕수고 1학년 때부터 시속 150㎞ 빠른 공을 던졌다. 올 시즌엔 비공식적으로 시속 157㎞를 찍었다. 체격조건(188㎝·92㎏)이 탄탄하고 커브, 스플리터를 비롯한 변화구 구사 능력도 준수하다. 청소년대표로도 활약해 메이저리그 구단의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고심 끝에 미국 진출 의사를 접고 KBO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A 구단 고위 관계자는 "스카우트 사이에선 메이저리그 도전을 포기한 보상 차원에서 키움이 8억원 정도의 높은 계약금을 제시할 거라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B 구단 스카우트는 "올 시즌 보여준 성적에 비해 제법 많은 계약금을 준다는 말이 있긴 하다"고 했다. KBO리그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은 2006년 KIA 한기주가 받은 10억원이다. 공동 2위가 1997년 LG 임선동, 2002년 KIA 김진우, 2011년 한화 유창식이 기록한 7억원. 키움 구단 역사상 최고액은 2018년 안우진의 6억원이다.
최근엔 신인 1차 지명 계약금 수준이 크게 낮아졌다. 대부분 2~3억원 안팎에서 사인을 마친다. 지난해 1차 지명 대상자 10명 중 계약금 3억원을 넘긴 건 KT 소형준(3억6000만원)과 LG 이민호(3억원) 둘뿐이었다. NC 유니폼을 입은 김태경의 계약금은 1억5000만원이었다. 4~5억원만 하더라도 꽤 높은 금액인데 장재영은 그 이상을 넘보고 있다.
엇갈린 시선도 존재한다. C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장재영의 포텐(잠재력)은 확실하지만, 현재 투구하는 걸 보면 공만 빠르다. 객관적으로 보면 윤성빈(롯데)이 받은 계약금 수준이 적당해 보인다"고 했다. 부산고를 졸업한 윤성빈은 2017년 롯데 1차 지명을 받은 뒤 계약금 4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장재영과 마찬가지로 고교 시절 시속 150㎞대 빠른 공을 던졌고 미국 진출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러나 국내 잔류를 택해 KBO리그에 입단했던 케이스다.
B 구단 스카우트는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봤다. 그는 "능력은 장재영이 위인데 멘탈을 비롯한 발전 가능성을 봤을 때는 이의리가 더 낫다"고 했다. 광주제일고 졸업 예정인 왼손 투수 이의리는 KIA 1차 지명을 받았다. 올해 고교리그 성적은 2승 2패 평균자책점 2.31이다. 34⅔이닝 동안 삼진을 53개(사사구 9개)나 잡아냈다.
장재영의 시즌 성적(1승 평균자책점 6.55)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장재영은 10⅔이닝을 소화하며 사사구 14개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7월 청룡기 대구고전에선 ⅓이닝 4사사구 1실점으로 무너졌다. 고교 3년 동안 내준 사사구가 총 44개(47이닝)다. 공은 빠른 데 컨트롤이 안정되지 않으니 구위가 둘쭉날쭉하다.
키움은 장고에 들어갔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계약금 고민은 당연히 한다. 이제 선수 측이랑 얘기를 해야 하는 데 둘 다 만족하는 금액에 (사인)했으면 한다. 계약은 상호 간 동의가 있어야 하는 거라서 결과에 대해선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