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2·바이에른 뮌헨)가 인생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으로 환상적인 시즌을 마무리했다. 레반도프스키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독일)은 지난 24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9~20 UCL 결승에서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을 1-0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바이에른 뮌헨이 UCL에서 우승한 건 2013년 이후 7년 만이며 통산 6번째다. 레반도프스키 개인에게는 선수 생활 최초의 UCL 우승이다.
결승전 결승골의 주인공은 킹슬리 코망(24)이었다. 그러나 UCL의 주인공은 레반도프스키였다. UCL에서만 9경기 연속 골을 포함해 총 15골 6도움을 터뜨린 레반도프스키는 처음으로 '빅 이어(UCL 우승컵)'를 들어올리는 동시에, 대회 득점왕·도움왕에 오르는 기쁨을 안았다.
레반도프스키의 득점왕 기록이 얼마나 위대한지는 UCL 역사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2007~08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시작으로, 지난 12시즌 동안 UCL 득점왕은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 둘만의 싸움이었다. 2014~15시즌 네이마르(28·당시 바르셀로나)가 호날두·메시와 함께 득점 공동 1위를 기록한 적은 있으나, 그들을 제치고 단독으로 득점왕에 오른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13시즌 만에 호날두와 메시를 제친 레반도프스키의 활약은 UCL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레반도프스키는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31경기 34골, 컵대회인 DFB 포칼 5경기 6골, UCL 10경기 15골을 더해 총 47경기에서 55골을 기록했다. 뮌헨의 시즌 득점(159골) 중 3분의 1 이상을 레반도프스키가 책임진 셈이다. 레반도프스키는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 그리고 UCL에서 모두 득점왕에 오르며 '득점왕 트레블'도 달성했다.
레반도프스키의 활약에 힘입어 뮌헨은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 UCL을 휩쓸었다. 이로써 뮌헨은 2012~13시즌 이후 팀 통산 두 번째이자 유럽 축구 역대 9번째 트레블을 달성한 팀이 됐다. 한 팀이 두 번 이상 트레블에 성공한 건 바르셀로나(2008~09, 2014~15·스페인) 이후 뮌헨이 두 번째다. 오랫동안 유럽 축구를 양분해 온 '신계(神界)' 호날두와 메시를 제치고 정상에 올라선 레반도프스키의 완벽한 시즌 마무리였다. 레반도프스키는 '빅이어'를 들어 올린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마라, 실패해도 포기하지 말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소감을 전했다.
레반도프스키에게 유일한 아쉬움은 역시 발롱도르다. 한 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는 축구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1956년 제정된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수상자를 선정해왔으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상식이 취소됐다. 한 시즌 55골을 터트리며 트레블까지 달성하고도 레반도프스키는 발롱도르를 받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