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24분 교체로 들어온 송시우(27·인천 유나이티드)가 빠르게 움직였다. 프리킥 상황에서 김도혁(28)이 내준 공이 쇄도하던 송시우에게 연결된 순간, 수원 삼성의 염기훈(37)과 헨리(27)가 수비를 위해 그 앞을 막아섰다. 송시우는 침착하게 둘을 차례로 제친 뒤 오른발 슈팅으로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단두대 매치'의 0-0 균형을 깬, 극적인 결승골이었다.
골을 터뜨린 송시우는 자신의 손목을 가리키며 '시계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해결사가 필요한 순간마다 반복됐던 인천의 '시우타임'이 그라운드에 다시 한 번 펼쳐진 순간이었다.
'시우타임'은 '잔류왕'이라는 별명과 함께 인천이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고유명사 중 하나다. 교체 선수로 투입돼 짧은 시간 안에 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는 주인공 송시우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시우타임'이 드디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재현됐다.
지난 22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7라운드 수원전, 11위 수원과 12위 인천의 맞대결은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흘렀다. 올 시즌은 12위 단 한 팀만 상주 상무와 함께 강등되는 상황이다. 강등 후보 1순위 인천이 1부리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11위 수원을 잡고 승점 차를 줄여야 했다. 인천은 지난 대구 FC전에서 16경기 만에 어렵게 시즌 첫 승을 거둔 바 있다.
마음처럼 골은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탐색과 역습이 이어졌고, 양 팀의 간판 공격수 무고사(28)와 타가트(27)를 앞세운 공격에도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결국 먼저 칼을 빼든 쪽은 인천이었다. 조성환(50) 인천 감독은 후반 11분 무고사의 짝인 아길라르(29)를 빼고, 그 자리에 송시우를 투입했다. 과감한 결정이었다. 2016년 프로에 데뷔한 송시우는 데뷔골이었던 전북 현대전 후반 추가시간 극적 동점골을 시작으로 '교체 출전→극적인 골' 공식을 만들었던 선수다. 올 시즌 그는 상주 전역 후 14경기 무득점으로 긴 침묵의 늪에 빠져 있었다. 조 감독의 신뢰에 '슈퍼 서브' 송시우가 반응했다.
송시우의 '슈퍼 서브' 본능은 그의 득점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송시우는 프로에서 기록한 통산 16골 중 선발로 출전해 터뜨린 골은 단 4골(3경기)에 불과하다. 2017년 4월 1일 수원전 골, 상주 입대 후 2018년 10월 20일 경남전 골, 2019년 3월 10일 포항전 멀티골을 제외한 13골이 모두 교체 출전해서 기록한 것이다. 이 중 후반 40분 이후에만 7골을 기록하면서 무승부를 승리로, 패배를 무승부로 바꿔 놓는 '시우타임'의 주인공이 됐다.
'시우타임'과 함께 인천의 잔류 희망에도 불이 붙었다. 올 시즌 첫 2연승을 거둔 인천은 2승5무10패(승점11)로 여전히 12위다. 그러나 11위 수원(3승5무9패·승점14)과 승점차가 3점으로 줄어들었다. 송시우는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풀리지 않아서 부담도 많이 됐다. 앞으로 10경기가 남았는데 팀에 더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