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친스키는 지난해 KBO 리그를 대표하는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26명 중 8위. 수준급 성적이지만 9승(9패)에 그쳤다. 5할 승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선발투수가 던진 이닝까지의 팀 득점'을 의미하는 R/G가 2.63점으로 22위에 불과했다. 호투해도 승리를 챙기는 게 무척 어려웠다.
KBO 리그 2년 차 시즌인 올해는 다르다. R/G가 5.19점으로 이 부문 1위(2위 LG 윌슨·4.8점)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27명 중 득점 지원이 유일하게 5점대다. 팀 타선에 의존하지 않는다.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무려 14회로 리그 공동 2위. 선발 등판 대비 QS 비율이 87.5%다. 시즌 두 번째 등판이던 5월 12일 창원 KT전부터 7월 24일 수원 KT전까지 12경기 연속 QS에 성공하기도 했다. 평균자책점을 계속 낮춰 4위(2.31)에 랭크됐다. 대부분의 투수 지표가 최상위다.
선발 투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면서 득점지원까지 받으니 금상첨화다. 승수 쌓기에 탄력을 받아 16번의 선발 등판에서 무려 11승(1패)을 따냈다. 9일까지 리그 다승 단독 1위다.
투구 레퍼토리가 꽤 복잡하다. 루친스키는 포심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그리고 컷패스트볼, 포크볼, 커브를 다양하게 섞는다. 스트라이크존 앞에서 움직임이 심한 변형 패스트볼이 트레이드마크다. 위기 상황에선 컨트롤이 더 정교해진다. 지난해 0.289이던 득점권 피안타율이 올해 0.197로 뚝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더 무너트리기 어려운 투수가 됐다.
연승은 이어주고 연패는 끊어준다. 지난 6일 대전 한화전에선 6이닝 1실점 쾌투로 팀 3연패를 끊어냈다. NC는 이날 경기에 패할 경우 시즌 첫 4연패에 빠질 수 있었지만 루친스키가 '연패 브레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토종 에이스 구창모(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가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어 루친스키마저 무너질 경우 팀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 있었지만 이를 막아냈다. 7월 16일에는 고척 3연전 중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 시리즈 스윕 직전 팀을 구해냈다.
NC는 올해 루친스키가 선발 등판한 16경기에서 13승을 쓸어 담았다. 승률이 8할을 넘는다. 팀이 단독 1위를 질주하는 비결 중 하나다.
루친스키는 "지난해 겨울 비시즌부터 골반 유연성을 높여주는 운동을 루틴으로 시작했다. 하체와 코어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인데 투구할 때 조금 더 부드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이어 "한 시즌을 해봤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에 대해 익숙해진 것 같다. 아예 모르는 선수들보다 상대해본 선수들이 많다는 게 확실히 도움 된다"며 "양의지와 호흡도 더 잘 맞는다. 1년 전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상태여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더욱 편안해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