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1루 박민우가 오재원의 타구를 달려와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5.21/ '반쪽' 선수. 시즌 초반 허문회 롯데 감독에 의해 새삼 화제가 된 표현이다.
타격 능력은 준수한데, 수비 기본기가 떨어지는 몇몇 선수의 엔트리 등록 또는 말소 배경을 전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자신도 현역 시절에 그런 선수였다며, 선택에 당위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격과 수비는 떼어서 보기 어렵다. 한 선수를 향한 평가뿐 아니라 경기 중 리듬에도 영향을 미친다. 타석에서 활약한 선수가 "수비 실책을 만회하려다 보니 집중력이 생겼다"며 남긴 소감은 매우 흔하다. 팀 동료에도 영향을 미친다. 몸을 날려서 투지를 보여준 야수의 모습을 보며 마운드 위 투수를 힘을 얻는다. 물론 실책, 본헤드 플레이 등 반대 상황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리그에는 수비 기여도를 높인 뒤 잠시 주춤했던 타석에서의 퍼포먼스까지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선수들이 있다. NC 주전 2루수 박민우(27)가 꼽힌다.
NC가 주춤했던 6월 둘째 주부터 셋째 주 주중 3연전까지 출전한 14경기에서 타율 0.240(50타수 12안타)·출루율 0.268에 그쳤다. 0.327이던 시즌 타율이 0.300까지 떨어졌다. 26일 잠실 두산전 세 번째 타석까지도 무안타에 그치며 2할 타율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 경기 8회초에서 기습 번트를 성공시키며 두산 내야진을 흔들었다. NC가 1점을 만회해 3-3 동점을 만들고 무사 2루가 이어진 기회였다. NC는 후속 권희동의 스퀴즈 번트 성공으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박민우는 승부처던 9회에는 만루에서 주자 3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3타점 3루타까지 쳤다.
경기 뒤 만난 박민우는 "타격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수비뿐이라고 생각했다.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2루수로 357이닝을 소화하며 기록한 실책은 단 1개. 그는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도 있었다. 한 번의 플레이가 경기를 좌우할 수 있다. 앞으로도 실책을 안 할 순 없지만,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민우는 지난 23일 열린 수원 KT전 4회말에 머리 뒤로 넘어가는 텍사스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상대 타선이 백투백 홈런으로 추격을 했고, 득점권에 주자가 있던 상황이었다. 박민우의 집중력이 상대 추격 흐름을 끊었다. NC는 이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박민우의 타격 컨디션은 직구 2개를 놓쳤다고 자신감이 떨어질 만큼 정상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까지 흔들리면 멘탈 관리가 더 어렵다. 배트 대신 글러브를 끼었을 때는 팀 기여도가 높았고, 자존감을 지켜가며 타격에서의 문제점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는 두산과의 3연전 우세 시리즈를 두고 열린 28일 3차전에서 홈런 포함 4안타를 치며 NC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YONHAP PHOTO-2229〉 롯데 유격수 마차도 더블플레이 시도 (부산=연합뉴스) 강덕철 기자 = 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롯데 경기. 6회 초 1사 1루 상황 SK 고종욱 내야 땅볼 때 1루에 있던 정진기가 2루에서 롯데 마차도에게 포스아웃되고 있다. 2020.5.10 kangdcc@yna.co.kr/2020-05-10 16:53:31/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롯데 외인 타자 딕슨 마차도(28)도 비슷한 행보다. 개막 첫 주에만 3홈런을 기록하며 하위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이후 18경기에서는 타율 0.159·1홈런에 그칠 만큼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그러나 수비는 기복이 없다. 앞서 롯데를 거쳐 간 내야수 앤디 번즈, 카를로스 아수아헤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는 내야수다. 29일 현재 리그 유격수 가운데서 가장 많은 이닝(388⅓)을 소화했다. 실책은 1개뿐이다.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WAA)는 1.096. 리그 1위다. 명품 수비로 투수뿐 아니라 다른 내야진의 투지까지 자극했다.
타격감도 살아났다. 6월 출전한 22경기에서 타율 0.354·출루율 0.382를 기록했다. 6월 셋째 주 주간 타율은 무려 0.560. 잠시 주춤했지만 콘택트 중심의 스윙을 하면서 5월보다 공격에서도 기여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KT 간판타자 강백호(21)도 올 시즌부터 맡은 1루수에 적응을 한 모양새다. 시즌 초반에는 느린 땅볼, 1·2루 사이 타구 판단이 아쉬웠다. 고교 정상급 투수였지만 선상에서 타구를 잡은 뒤 더블플레이를 노리고 하는 2루 송구가 부정확했다.
그러나 점차 나아지고 있다. 2루 송구에는 힘이 빠졌고, 콜 플레이와 동료 야수에게 보내는 사인도 능숙해졌다. 외야의 송구를 커트한 뒤 2루에서 3루로 쇄도하는 주자를 잡아내는 모습도 있었다. 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는 리그 주전 1루수 가운데 가장 높다.
타격 성적은 꾸준히 좋았다. 선수도 "무던한 편이라 수비와 공격을 연관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실책성 플레이 뒤 타석에서 침묵한 경기도 있었다. 이제는 우려를 지웠다. 1루 수비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외야수로 나선 지난 두 시즌(2018~2019년)보다 수비 기여도가 높다. 타석에서의 스윙은 더 날카로워질 전망이다.